사진=연합뉴스
“우리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취임사를 통해 ‘고객’이라는 단어를 9번 사용했다. 약 6분간의 취임사에서 ‘미래(10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쓴 단어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은 평소 고객의 신뢰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신뢰를 잃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판단에 결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비용 얼마나 드나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19일 각각 2조1352억원, 1조2592억원 규모의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품질 비용 충당금 적립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세타2 GDI 엔진 관련 품질 논란이 계속되자 ‘특단의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3분기와 작년 3분기에 세타2 GDI 엔진 리콜을 위해 각각 4600억원, 92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판단해 추가로 충당금을 설정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0월 세타2 엔진을 얹는 국내외 차량 400여 만 대를 평생 보증해주기로 결정했다. 쏘나타·K5·쏘렌토·스포티지(2011~2018년식)와 투싼·싼타페(2013~2018년식) 등이 대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충당금을 반영한 이후 엔진 교환 사례가 예상보다 많은 데다 평생보증 대상 차량의 운행기간이 당초 전망보다 길어 재산정해야 했다”며 “추가 충당금 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자사 차량 평균 운행기간이 12.6년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번에 이를 19.5년으로 늘렸다. 예상보다 현대·기아차를 운행하는 기간이 길었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는 또 지난해 11월부터 세타2 GDI 엔진에 적용한 엔진 예방 안전 신기술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을 세타2 외 다른 일부 엔진(감마엔진 및 누우엔진)에도 선제적으로 장착할 계획이다. 세타2 엔진 관련 비용을 재산정한 결과 2조8420억원이 더 필요하고, KSDS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데 8146억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총 3조6566억원 규모의 비용이 필요한데, 이 중 3조3944억원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비슷한 품질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량 개발부터 생산, 판매 등 전 과정에서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추정치가 나와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발표했다”며 “시장 및 투자자와 소통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타 엔진 논란 잠재울까 품질 논란이 계속되는 세타2엔진
세타 엔진은 현대차의 ‘독자 개발 엔진의 상징’ 같은 존재다. 2002년 독자 개발해 미국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일본 미쓰비시 등에 수출하기도 했다.
한국을 자동차 엔진 수출국 반열에 올린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속 세타2 엔진은 2009년 나왔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맞추면서 엔진 출력이 좋아 업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세타2 엔진 관련 논란이 불거진 건 2015년의 일이다.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주행 중 멈추는 사고가 이어지면서다. 엔진 결함 논란이 일자 현대차는 그해 차량 47만 대를 리콜했다.
2017년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리콜했다. 한국 약 17만 대, 미국 약 130만 대가 대상이었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양국 공장에서 별도로 엔진을 생산하다 보니 결함 원인이 달랐다”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리콜 결정 시기에 차이가 났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품질 비용 산정을 엄격하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로 엔진 교환을 원하는 고객의 비율을 산정해 이번 비용에 반영한 것으로 안다”며 “고객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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