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와 유가 폭락의 여파로 9일(현지시간) 다우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7% 이상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시황판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제유가 폭락까지 더해지면서 9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에 ‘블랙먼데이’의 공포가 다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 증시는 하루 만에 11% 넘게 추락했고, 셰일오일업체들의 집단 부도 우려까지 나온 뉴욕증시는 7% 이상 급락했다. 미국에선 2009년부터 11년째 이어져온 강세장이 이번에 끝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3,851.02에 마감했다. 이 같은 하락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 28일(6.98%)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장중 2158포인트(8.3%)까지 떨어졌다. S&P500지수는 7.60%, 나스닥지수는 7.29% 급락했다.
개장 약 4분 만에 S&P500지수가 7% 이상 내리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15분간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1997년 10월 19일 22.6%가 떨어진 ‘피의 월요일’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주가 폭락으로 3조3100억달러(약 40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유럽에서도 폭락장이 펼쳐졌다.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11.17% 급락했으며 △영국 FTSE100 7.69% △프랑스 CAC40 8.39% △독일 DAX 30 7.94% 등 줄줄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남미 시장도 일제히 급락했다. 낙폭을 보면 브라질 12.17%, 아르헨티나 13.75% 등이다.
이날 증시에서 공포(패닉)와 투매를 불러일으킨 것은 갑작스런 국제유가 폭락이었다. 감산 합의에 실패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전쟁’에 들어가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이날 각각 20% 중반대 급락했다. 한때 30%대의 폭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혼비백산했다. 라보뱅크의 린 그레이엄-테일러는 “코로나19 와중에 터진 석유전쟁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더블 펀치(double punch)’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이날 S&P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평균 20% 넘게 떨어졌다.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은 하루 만에 52% 추락했고,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47%, 콘티넨털리소시스가 40% 떨어졌다. 셰브론은 15%, 엑슨모빌도 12% 하락했다. 헤지펀드 그레잇힐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스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러시아가 조만간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디폴트(부도)가 이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신용 경색 및 경기 침체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 증시가 폭락하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야간시장에서 나스닥선물 등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 중앙은행(Fed)은 오는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이달, 그리고 다음달 28∼29일 FOMC에서 각각 0.50%포인트 내려 기준금리가 ‘제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Fed는 기준금리 인하 외에도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12일까지 하루짜리 레포(환매조건부채권)를 통한 자금 공급 한도를 기존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늘렸고, 2주짜리 기간물 레포 한도도 기존 20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높였다.
미국 정부와 Fed의 안정화 노력에도 월가에선 여전히 추가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뉴욕의 투자자문사인 캔터피츠제럴드의 피터 세치니 수석시장전략가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11년간의 강세장은 끝났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미 증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약세장(20% 이상 조정)에 열두 번 진입했다. 약세장은 한 번 시작되면 평균 14개월 진행되면서 30% 이상 낙폭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뉴욕증시의 낙폭은 현재까지 19%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정연일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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