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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업계에선 '사건'이죠"…은행에 설움 많던 업비트 일냈다

입력: 2021- 11- 24- 오전 02:19
© Reuters.  "이쪽 업계에선 '사건'이죠"…은행에 설움 많던 업비트 일냈다

23일 서울 역삼동의 두나무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두나무는 최근 3000억원을 들여 산 삼성동 땅에 신사옥을 지을 예정이다. 김범준 기자

“이쪽 업계에선 하나의 ‘사건’이죠.”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가 우리금융지주 주주가 된다는 소식을 접한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2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낙찰자로 다섯 곳을 선정했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는 4% 지분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에 돌아갔지만, 시장의 눈길을 더 끈 낙찰자는 1%를 받은 두나무였다. 3년 전만 해도 정부는 암호화폐거래소에 ‘폐쇄 으름장’을 놓을 정도로 이쪽 업계를 불편해했다. 그 대표주자인 업비트가 정부 입찰에서 4대 금융지주 지분을 당당하게 가져간 것이다. 암호화폐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에 설움 많았던 두나무

두나무 측은 23일 “우리금융 지분은 오랫동안 팔지 않고 보유할 것”이라며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 금융그룹의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됐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두나무 모두에 나쁠 게 없다”며 “업비트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비해 미래 사업모델을 만들고, 금융지주도 디지털 기반의 신사업을 그려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암호화폐거래소도 마찬가지지만 업비트는 은행과의 관계에서 ‘설움’이 많았다. 2017년 출범 당시 업비트 회원들은 기업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코인을 사고팔았다. 하지만 2018년 초 정부가 암호화폐에 강경 기조로 전환하고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업비트에 실명 계좌를 새로 발급하지 않았고, 기존 가입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내줬다. 업비트는 2년 넘도록 신규 가입자를 받지 못하고 ‘암흑기’를 보냈다. ○이젠 금융권서 “투자해달라” 러브콜업비트는 지난해 6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로 제휴사를 교체했다. 당시 대출영업 중단으로 생사의 기로에 몰렸던 케이뱅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비대면으로 쉽게 계좌를 틀 수 있게 됐고, 때마침 비트코인값이 폭등하면서 ‘코린이’(코인 초보 투자자)를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싹쓸이할 수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빗썸이 선두였던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업비트가 80% 이상 독점하는 구도로 뒤집혔다.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실명 계좌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구조다. 업비트가 우리은행과 피를 섞게 되면서 ‘유사시’ 은행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은행이 실명 계좌 발급을 끊어버리면 영업이 막히기 때문에 철저한 을(乙)의 처지”라며 “은행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끌려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투자업계의 ‘신흥 큰손’에 오른 두나무에는 금융권을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서 “우리에게 투자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거래소는 한 번 궤도에 오르면 화끈하게 남는 장사다. 두나무는 올 상반기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조87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90%대 영업이익률이다.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무기로 거침 없는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3000억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인근에 신사옥 땅을 매입했다. 7월엔 JYP엔터테인먼트 지분 2.5%를, 10월엔 하이브 지분 5.6%를 확보했다. ○“핀테크기업으로 불러주세요”두나무는 단순한 암호화폐거래소가 아니라 블록체인·핀테크 전문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을 업비트에 의존하고 있지만 ‘증권플러스’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의 투자 서비스를 함께 키우고 있다. 이날에는 NFT(대체불가능토큰)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를 출시했다. 연예기획사 지분을 잇따라 취득한 것도 미술·스포츠·방송·게임 등에서 다양한 NFT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회사의 정체성”이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현우/박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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