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DC의 코믹스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리즈는 빌런(악당)으로 구성된 팀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강제로) 활약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무엇보다 DC 세계관에서 히어로들보다 인기가 많은 조커, 할리 퀸 등 매력적인 빌런들을 한 팀으로 모은 것만으로도 DC 팬들은 열광했다.
그렇기에 이 시리즈의 영화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 DC 팬들은 “이제 DC에서도 드디어 MCU에 맞설 수 있는 작품이 나오는 것인가”라고 기대했고 결론적으로 이 기대감은 철저하게 짓밟혔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는 ‘역대급 졸작’이라는 혹평을 받았고, 이후 DC팬들이 DC확장 유니버스에 대해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물론, 여기에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영화의 초기 기획과 결과물이 완벽하게 달라지도록 여기저기 가위질을 해버린, 역사에 남을 DC의 헛발질이 작용했다고 하지만.)를 만들었다.
그렇게 DC 팬들에게는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점점 잊혀가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MCU 세계관의 우주적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제임스 건’ 감독이 다시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는 DC확장 세계관의 부활을 기대하는 DC팬들의 ‘행복 회로’를 작동시킬 수 있는 리부트 작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선보였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설정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비밀스러운 임무를 지휘하는 ‘아만다 월러’가 다양한 능력들을 가진 악당들로 구성된 팀 ‘태스크 포스 X’를 조직해 국가적 비밀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동일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등장하는 메인 캐릭터의 대부분과 작품의 분위기는 전작과 전혀 다르다.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 대사 모두에 제임스 건 감독 특유의 재치가 돋보인다. 특히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스토리가 난잡해져 버린 전작의 단점을 ‘깔끔하게’ 극복하는 전개에서는 감독의 역량이 드러난다. 여기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맞는 ‘선혈이 낭자하는’ 장면들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각 주인공 캐릭터들의 배경을 설명하는 방법도 이전 작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다만, 여기에서는 DC의 빌런 캐릭터들에 대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데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도 큰 문제는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높은 텐션과 장난기가 유지되지만, 영화 후반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어 이를 기점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살짝 바뀐다. 특히, 이 부분에서 제임스 건 감독이 한 캐릭터를 통해 전하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풍자 메시지는 이 작품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전의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남긴 유일한 성과로 여겨진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이 난다. 그녀는 코믹스 원작 속의 할리 퀸이 보여주는 특유의 광기를 한껏 발산하며, 다시 한 번 같은 캐릭터로 작품 최고의 볼거리를 만들었다. 현 시점에서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은 ‘대체 불가’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짧은 쿠키영상이 나온다. 사실 이 영상의 내용은 DC팬들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향후 DC의 확장 세계관과 연관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영화 개봉 이전에 제작 소식이 알려진 드라마 시리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둘 중 어느 쪽이든 뭔가에 대한 ‘떡밥’은 확실하니, 꼭 보고 극장을 나오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