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식품 자부심'으로 한 우물만 파던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오픈마켓 도입 계획을 내놓으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컬리는 그간 김슬아 대표가 직접 상품을 검수한다고 알려졌을 만큼 품질 자부심이 컸지만, 오픈마켓을 도입하면 품질 저하 문제를 피하기 쉽지 않아서다. 내년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만큼 이와 무관치 않단 해석도 나온다.
7일 컬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6일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 페이봇을 인수했다. 결제 및 정산 서비스 고도화 및 오픈마켓 서비스를 위해서다. 컬리 관계자는 "자체 시스템 구축과 고도화가 완료되면 컬리는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 모델에 더해 소비자와 판매업체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으로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컬리가 자체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주목할만 한 행보는 아니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엔 자체 결제 시스템이 만연하게 퍼져있어서다. 자체결제 시스템은 카드사나 결제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인 결제 시스템을 통해 구매가 가능해 주문과 정산 관리가 용이하고, 소비자를 다른 플랫폼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락인(Lock-In)효과가 있다.
이는 파트너사가 입점해 위탁 판매를 하는 형태의 오픈마켓 도입 시 빠른 정산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도 꼽힌다. 실제 SSG닷컴은 SSG페이, 쿠팡은 쿠팡페이, 네이버쇼핑은 네이버페이, 롯데온은 'L페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컬리페이(가칭)' 론칭에 주목이 쏠리는 것은 컬리의 '오픈마켓 도입' 공식화가 처음이란 이유에서다. 그간 컬리는 오픈마켓 도입과 관련해 강하게 선을 그어왔다. '좋은 상품을 꼼꼼하게 검수 후 직매입해 판매한다'는 기조 때문이다. 컬리는 김 대표가 직접 상품 셀렉부터 검수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컬리 관계자는 "아직 오픈마켓 도입은 계획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스템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그동안 직매입 과정에서도 상품의 품질 면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만큼 오픈마켓을 도입하더라도 품질 우려가 없도록 꼼꼼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합몰' 가시화... '상장' 앞둔 외형 확장?
이커머스 오픈마켓은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거래액과 상품 가짓수를 크게 늘리면서 종합몰의 '외형확장'을 위한 필수 코스로 꼽히지만, 제3자가 판매자 신청을 한 후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형태인 만큼 꼼꼼한 품질 검수가 어려워 플랫폼 신뢰도를 크게 하락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인 SSG닷컴 역시 오픈마켓 도입을 오랜 기간 고민하다 올해 4월에서야 일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도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컬리의 오픈마켓 도입 계획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국내 증시 상장과 무관치 않단 평가가 나온다. 품질 저하 우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당장 컬리가 상장에서 불리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란 해석에서다. 컬리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매출과 고객수에도 여전히 적자규모를 줄이지 못해 수익성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마켓컬리의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는 2,777억원에 달한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 전반이 높은 투자 비용 탓에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컬리는 적자 규모가 유독 늘고 있다"며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또 다른 성장 가능성과 차별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컬리는 오픈마켓에 앞서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한차례 몸집 불리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식품 전문'으로 시작했으나 최근 호텔 숙박권, 캠핑용품, 가전 등 비식품 카테고리를 빠르게 늘리고 있어서다. 식품 구매시 연관된 상품을 위주로 카테고리를 확장한단 전략이지만 현재 컬리는 패션을 제외한 대부분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다. 식품몰에서 벗어나 국내 이커머스 종합몰로 나아가겠다는 도전의 의미로도 읽힌다.
다만, 컬리는 오픈마켓 도입이 상장이나 외형확장과는 관계가 없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체 정산 시스템을 통한 주문·정산 시스템 고도화, 편의성 증대에 대한 니즈에서 비롯됐단 설명이다.
컬리 관계자는 "비식품 카테고리 확장과 자체결제 시스템이 상장이나 외형확장을 위한 과정은 아니다"라며 "비식품 카테고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컬리에 입점됐고 자체결제 시스템 역시 중소 파트너사들로부터 수요가 있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