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나이를 판독해 성조숙증 저성장을 진단할 수 있는 뷰노의 AI 진단 소프트웨어 ‘본에이지’. 뷰노 제공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기술 개발 업체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제이엘케이(JLK)인스펙션, 루닛, 뷰노 등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의료기업 하트플로가 지난해 1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하자 국내 AI 진단 업체들도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AI 진단 업체들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잇따라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공개(IPO)에도 속속 나서고 있다.
○‘한국판 하트플로’는 누구?
지난달 상장한 제이엘케이인스펙션은 VC 등의 투자 유치와 IPO 공모를 통해 지금까지 총 555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두 개의 AI 진단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유니스트로’와 ‘유니프로스’다.
유니스트로는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등을 분석해 뇌졸중 여부를 진단해주고 수술 후 예후까지 추정해 알려준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유니프로스는 전립선 영상과 병리조직을 동시에 분석해 진단 결과를 내놓는다. 제이엘케이인스펙션 관계자는 “내년 중 미국에서 유니스트로와 유니프로스의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AI 진단 업체 루닛은 지난 6일 시리즈C에 해당하는 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정해 내년에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루닛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알려주는 AI ‘루닛 스코프’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흉부 엑스레이와 여성 유방 진단 관련 AI 진단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골연령 진단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뷰노는 지금까지 VC 등으로부터 156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전문의료에서 헬스케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혈압, 심박수, 호흡수, 체온 등 네 가지 활력 징후 자료를 활용해 환자의 심정지 및 사망 위험도를 예측하는 제품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뷰노는 미래에셋대우를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별도 수가 인정 여부가 관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중 AI 의료 부문 규모는 올해 83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추정이다. 미국 하트플로는 연매출 100억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 대열에 새롭게 합류했다. 피부를 절개하고 카테터(철제 관)를 집어넣어야 하는 복잡한 조영술 대신 CT 스캔을 통해 관상동맥의 질병의 여부를 진단할 수 있게 한 기술이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빅데이터로 학습한 AI가 CT 스캔만 보고도 관상동맥의 질병 유무를 알려준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의학계에서도 “관상동맥 질환 진단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국내 AI 진단 업체들의 매출이 글로벌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례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AI 진단이 별도 수가를 받을 수 있는지가 안정적 매출을 거두느냐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아직까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AI 진단이 별도 수가를 받은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기반 의료기술은 기존 의료행위가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진단 정보를 제공하거나 고가의 의료행위를 대체할 수 있어야 별도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의료 영상에서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의심 부위를 표시하거나 병변 의심 부위를 확인해 진단명을 제시하는 일부 제품은 별도 수가를 받기 힘들 전망이다.
이우상/임유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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