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수성 동부 둥하이현의 공장. /사진=AP
중국 정부의 정년연장 추진 계획을 두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급속한 노령화에 대비해 경제 활동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은퇴를 앞둔 근로자나 취업문이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청년층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달 말 제18기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서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개발 계획(14·5계획)을 입안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14·5계획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담은 '건의안'을 내놓았다. 이 건의안에 '정년연장 입안'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나올 예정이다.
중국의 정년은 1978년 국무원(행정부)이 제정한 '퇴직·퇴임에 관한 실행방법'에 따라 남성 60세, 여성 50세(간부는 55세)로 정해진 후 4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여성계에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과 대만은 2010년을 전후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했으며 현재 정년 70세도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보장됐다. 알리안츠의 70개국 대상 조사에서 은퇴 연령 평균은 남성 62.7세, 여성 61.3세로 집계됐다.
중국은 1980년부터 2015년까지 35년간 실시했던 1가구 1자녀 정책의 부작용으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향후 10년 동안 2억명의 60세 이상 인구로 전환될 예정이다. 60세 이상 인구가 작년 2억4500만명에서 2050년 4억87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30년 2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인구 고령화가 경제 성장 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1가구 3자녀 허용, 정년연장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정년 연장 방안은 13차 5개년 계획 입안 당시에도 논의했으나 시민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선 정년연장 검토에 대한 반발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은퇴 연령이 임박한 연령대에선 "곧 있으면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데 일을 더 하라는 말이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일부 화이트칼라 업종에선 환영 목소리도 있으나, 블루칼라 업종에선 생산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사회보험료(퇴직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를 계속 내야 하는 게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또 청년 층에선 정년 연장으로 청년실업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연금 측면에서도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양로보험(기업퇴휴인원양로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 임금을 100%으로 볼 때 개인이 8%, 기업이 20% 부담하는 구조다. 각 성(省)별로 기금을 관리하며, 일부 성에선 이미 적자가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도시근로자 양로보험 기금이 2027년 7조위안(약 1177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35년에 고갈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은 양로보험 기금 규모는 4조3000억위안 안팎으로 조사됐다.
왕신메이 저장대 교수는 "60세 이후에도 일하고 싶은 사람들만 일하게 하든가 정년을 1년씩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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