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세계가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아이템으로 왜 창업을 했을까. 실패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을까. 정부 지원을 받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창업전선에 막 나선 사람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홀연히 직장을 때려치우고 창업한 사람의 솔직한 스토리를. 그가 들려주는 얘기가 매일 사표 쓸 생각을 하는 직장인에게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10년간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오가희 OhY Lab. 대표가 글을 써주기로 했다. 그는 교육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창업했다. 오 대표의 얘기는 제품이 나오는 시점에 마치는 게 목표다. 다른 이유로 이야기가 끝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마법의 가을.’
이영도 작가의 첫 작품 《드래곤 라자》에 나오는 표현이다. 사람의 인생 중 특정 시기를 말한다. 낙엽이 질 때부터 첫눈이 오기 전까지 짧은 기간. 삶의 다른 시기에는 경험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그런 시간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법의 가을임을 모르고 보낸다. 그리고 먼 훗날 깨닫는다. 그때가 마법의 가을이었음을.
‘을(직장인)’ 생활을 그만두고, ‘갑(사장)’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덤벼든 요즘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이 가을이 마법의 계절은 아닐까.
가을은 항상 그런 마법을 부렸던 것 같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것도 11월이었다. OhY LAB.이란 회사를 차려 사업개시일로 신고한 것도 11월이다.
회사 이름만큼이나 목표도 거창하다. 놀이라고 표시만 된 교육 프로그램 대신 진짜 ‘노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들이 본능에 따라 놀았을 뿐인데 10년, 20년 뒤 생각해 보니 교육이었던 그런 것. 과학놀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동기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나는 왜 창업했을까’ 나도 궁금하다. 생각해 보니 첫 직장에 들어갈 때나, 그곳을 그만둘 때나 방향을 돌려세운 것은 10년 후 모습이었다. 10년 전에는 중등교사 임용시험 공부가 싫어서 몸부림쳤다. 꿈꾸던 10년 후 모습이 교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과학교육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즐겁게 다녔다. 어느날 10년 후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누구와 가장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 결과를 알고 있다. ‘나는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하며 끝난다.
물론 책에서 배운 자아실현이란 노력도 해봤다. 업무 시간을 쪼개 회사에 어울릴 것 같은 신사업 제안서를 기획해 건의하고, 신사업을 진행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조직은 불확실성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신사업 태스크포스(TF) 해산이 결정된 그날 저녁, 10년 전과 똑같은 결정을 했다. 정면돌파.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 사업을 내가 직접 해보리라’는 생각으로 사표를 던졌다.
때마침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여기에 한 번 올라타 보기로 했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믿는게 있다. 직장생활 10년차인 30대의 근거 없는 패기다. 누군가 그랬다. 해야 할지 말지 고민될 때는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직장생활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5년 뒤에도 필자는 여전히 30대다. 무사히 생존한다면 계속 꿈을 이어가지만,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 시작된 ‘마법의 가을’은 그때도 계속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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