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봉길 주인도 대사는 25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인도시장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전 (인도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 마루티스즈키 회장을 만나서 따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유일한 경쟁상대로 현대자동차를 꼽았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조성해서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IT 분야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인도에서 할 것"이라며 "뉴델리 근교에 코리아스타트업센터가 있고 구르가온에 현재 규모가 작은 센터가 있는데 이것을 키우기 위해 인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신 대사는 뉴스핌과의 특별대담에서 인도 원전 건설 수주, 인도제철소 건립 사업, 한국 제조업 인도 진출 지원 방안,인도 인프라 사업 투자, 한-인도 ICT분야 협력 사업 등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신 대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신봉길 주인도대한민국대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아주 적절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능력이나 안정성 등의 건설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인도에 포스코 제철소 건립 이슈는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인가. 인도에 새로 제철소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는.
▲ 포스코가 오디샤 프로젝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 프로젝트는 사실상 끝났다. 당시 인도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던 프로젝트였는데 인도 철강업계가 물밑에서 반대했다. 그 때 부지 확보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번에는 인도 국영제철회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몇 백만평의 부지를 주겠다고 했다. 새롭게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인도 국영제철회사하고 합작 투자해서 공동생산하고 수출하자는 것이다. 예상되는 장애물들을 이미 인도측이 제거하고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 제조업이 침체기다. 실업 문제 때문에 국내에서 구조조정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데 하나는 제조업의 스마트화, 또 하나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그 중 인도가 최고의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라는 제조업 정책을 통해 인도 국내에서 생산해서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에 혜택을 많이 주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상당히 높게 매긴다. 경쟁력을 기준으로 현지 생산이 적절하다. 인도의 노동력이나 환경이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삼성이 세계 최대 단일 스마트폰 공장을 인도에 만드는 것도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데다가 인도 시장이 확보되고 세금이 안 붙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중동이나 다른 나라에 수출도 가능하다.
앞으로 제조업은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상품들을 생산하고 보완책으로 해외에는 기지를 두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국내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도 상당히 신경 쓰고 있지만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해 제조업이 인도 등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느낀다.
인도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한국 제품을 사용한다. 에어컨은 LG, TV는 삼성이나 LG,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고급 공기청정기는 LG 그런식으로 한국 브랜드라는 건 최고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인도 사람들에게는 꿈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에는 현대자동차, 도요타, 혼다 등이 진출해있는데 현대자동차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 1위는 인도회사 마루티와 일본의 스즈키가 합작한 '마루티스즈키'인데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전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시장의 50% 조금 안 되는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2등이 현대자동차인데 17% 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도요타, 혼다, 타타, 마인드라 등이 각각 5% 전후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인도에서 소형차 위주로 판매했는데 자동차의 질에 대한 신뢰가 장점이다. 물론 디자인도 좋고 굉장히 고급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번에 기아가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인도 내에 거의 완성해서 기존의 70만대 생산 공장과 함께 가동하면 총 100만대 수준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며칠 전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만났는데 인도시장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규모가 커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이 인도 자동차 시장이다.
일전에 마루티스즈키 회장을 만나서 따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유일한 경쟁상대로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 우리 정부가 인도와의 사업 협력을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분야로 항만, 철도, 도로 등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투자가 필요한 스마트 시티 사업은 어떤가.
▲ 인도 인프라의 잠재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인도는 철도 위주로 도로망이 있고 일부 고속도로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생각해보면 갈 길이 멀다. 인프라를 투자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엄청난 잠재력이다.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게 일본이다. 모디 총리가 자신의 고향인 구자라트 주 아마다바드에서 뭄바이에 이르는 신칸센 고속철도를 공사하고 있다. 중국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고속철 수요가 엄청나다. 그런데 고속철이라는 건 경제 발전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고속철보다는 고속도로의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 아직까지는 고속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상의 재정 문제도 있고 해서 한국은 트램, 그러니까 전철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현대로템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고속철도까지는 진출하지 못 했고 다리를 놓는 건설사업에 현대건설이나 여러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 관해서는 우리가 인프라 10조원 예산을 확보해 놓은 게 있다. 10조원은 앞으로 스마트 시티라던지 인프라 계획이 적합하면 투자할 계획이 있다는 건데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인도가 이걸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10조원 중 1조원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9조원은 상업차관이다. 그래도 인프라 투자 시장은 장기적으로 큰 시장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신봉길 주인도대한민국대사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 인도에는 IT 기업이 굉장히 많고 대학도 컴퓨터 공학이나 엔지니어링 쪽이 굉장히 강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들도 있다. 인도에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벵갈루루에 삼성전자나 LG전자가 R&D 센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굉장히 우수한 인재를 매우 저렴한 인건비에 채용할 수 있다는 게 인도의 강점이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인데 대기업은 이미 인도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그 다음은 이제 대기업만이 아니라 한국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조성해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IT 분야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인도에서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뉴델리 근교에 우리나라의 분당과 비슷하게 코리아스타트업센터가 있다. 구르가온에 현재 규모가 작은 센터가 있는데 이걸 키우기 위해 인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인도 IT의 핵심은 벵갈루루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거의 다 들어가 있는데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보면 된다. 살기도 좋고 기후도 좋고 도시도 아름답다. 일전에 ICT 부트캠프를 가보니까 지금은 10개 기업 정도가 들어가 있다. 6개월까지는 정보통신과학기술부에서 먹고 자는 공간이나 사무실을 제공한다. 6개월 후 자리 잡으면 독립해서 나가고 그 전까지는 정부가 정착할 때까지 모든 걸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하루종일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성과가 좋은 스타트업은 1년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IT 분야에 진출해서 새로운 벤처를 만들어가는 것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위한 국빈 오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 경제라는 게 꼭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감성도 역할이 있다. 국민들간의 교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동안 인도는 우리나라와 감성적으로 잘 맞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는 기업 활동이 잘 될 수 없다. 그래서 대기업만 인도에서 고군분투하고 중소기업은 아직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신(新)남방정책이 양측 간 감성을 좁히는 기능을 했다.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이야기가 중요한 건 우리나라도 인도도 그 이야기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인도가 남이 아니다 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김해 김씨, 김해 허씨, 인천 이씨를 합치면 한국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다.
인도는 조만간 세계 3위 국가가 될 것이다. 올해 세계 5위가 되었고 세계 4위가 되는 것도 금방일 걸로 본다. 2030년이면 G3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동아시아의 소강국과 거대한 인도가 감성적으로 굉장히 가까워지는 것이 문 정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도의 발전 모델은 한국이다.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유럽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것이다.
신(新)남방정책 하는 것이 정부차원의 감성 인프라 구축이다. 허황후 우표 발행도 합의했고 허황후 탄생지 아유디아 시내에 4천평 규모의 공원을 짓고 있다. 인도 측에서 디자인만 함께 하기로 하고 비용은 인도가 다 부담하기로 했다. 이러한 감성과 정부차원의 제도를 구축해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신(新)남방정책이다.
인도와의 관계에서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일본대사는 자신들의 독무대라고 생각했는데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외교가 바뀌었다. 그래서 일본 측에서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일본 외교관과 꽤 오랜 기간 아는 사이인데 겉으로는 티를 안 내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긴장감을 느끼는 것 같다.
정리=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
권민지 수습기자 wnj7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