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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속 개구리 된 기업, 이제는 화상 입기 직전"…박용만 商議 회장의 호소

입력: 2018- 12- 27- 오전 02:46
"냄비 속 개구리 된 기업, 이제는 화상 입기 직전"…박용만 商議 회장의 호소

“20대 국회 들어 쏟아진 기업 관련 법안이 1500개 정도인데, 이 중 규제 법안만 833개예요. 이러니 제대로 경제 성장이 되겠습니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의 쓴소리다. 국회에 켜켜이 쌓여 있는 규제 법안을 볼 때마다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 회장은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었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규제 폭탄’에 대한 답답함과 피로감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도 규제 탓에 (기업들이) 죽겠다는데, 833개나 더할 규제가 뭐가 있느냐”며 “완화는커녕 되레 규제가 쌓이다 보니 기업들의 신규 시장 진입은 더 어려워지고 효율성만 떨어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러니 경제 성장이 안 되고, 모두 등골만 부러질 뿐”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규제 개혁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냄비 안 개구리가 땀을 뻘뻘 흘리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화상을 입기 시작할 것”이라고 비유했다.

"20대 국회 기업규제 법안만 833개…정부가 당장 규제혁파 십자가 져야"

협력이익공유제 등 ‘과잉 입법’

규범 따져야 할 일에 法 들이대

親노동정책 장기적으론 맞지만 타이밍·속도가 문제

기업부담↑ 단순 링거처방으론 성장 어림없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어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 혁파를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할 때”라며 “규제 완화에 나서는 공직자들의 책임과 부담(감사원 감사 등)을 덜어줘야만 (규제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주주의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내용의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추진 등과 관련해 ‘과잉 입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정부가 ‘규범적 행동’을 유도해야 할 일에 무조건 ‘법’이란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하고 상법과 공정거래법까지 강화하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놓고, 여기다 관련 법까지 강화하면 부작용만 더 커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다른 나라 사례를 찾아보고 합리적 대안을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보탰다.

최저임금 인상 및 시행령 개정(주말도 근로시간 인정),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친노동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적 방향은 맞다고 봤다. 하지만 타이밍과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오랜 불황으로 한계에 봉착한 상태에서 갑자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확 늘어나 부담이 커진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걸 감안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대해선 “대법원이 내놓은 판례를 따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은 임금 산정 시간에 포함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결정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약정유급휴일(토요일)을 포함시키려다 빼는 등 일부 수정에 나선 건 다행이지만,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 자체를 예측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선 ‘구조적 하향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근본적 개혁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며 “단순한 링거 처방이 아니라 식단을 조절하는 동시에 운동량을 늘리고 약을 처방하는 종합적 경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지에 대해선 “안 오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해 올초에는 (대통령 불참이) 당황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다”며 “다만 청와대에서 ‘관행대로 하면 가야 할 곳이 너무 많다’고 전해와 이해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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