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처음으로 중국 화장품 공장을 인수했다. ‘후’ ‘숨’ 등 럭셔리 화장품의 성장에 이어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브랜드 사업도 확장하기 위해서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사진)이 올해도 광폭 행보를 펼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LG생건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9일 미국 화장품 회사 에이본(AVON)의 중국 광저우 공장 지분 100%를 약 79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현금성 자산 약 300억원을 제외하고 실제 약 493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장 인수는 더페이스샵의 중국 현지 생산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광저우 공장은 7만9338㎡(약 2만4000평) 부지에 건물 면적 4만9586㎡(약 1만5000평) 규모다. 연간 1만3000t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최신식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기초화장품과 색조제품, 헤어 및 보디제품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차 부회장은 이번 인수와 관련,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우수한 최신식 설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에이본의 오랜 역사와 축적된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사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더페이스샵의 중국 판매용 제품은 한국에서 제조해왔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LG생건 공장에서도 일부 생산 중이지만 물량이 적고 시설이 노후해 신규 시설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항저우 공장은 1994년에, 베이징 공장은 1997년에 설립했다. 베이징에선 죽염 등 치약을, 항저우에선 더페이스샵·온더바디 등 화장품 일부와 생활용품을 생산 중이다. 앞으로 에이본 광저우 공장에서 샴푸 치약 등 생활용품도 생산할 계획이다.
LG생건이 중국 현지 공장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일본 자회사 긴자스테파니를 통해 에이본 재팬의 사업권 100%를 105억엔(약 1050억원)에 인수했다. 에이본의 일본 사업권에 이어 이번에 중국 공장까지 확보했다. LG생건 관계자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도 현지에서 빠르게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생건은 그동안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국가의 화장품, 생활용품 회사에 투자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M&A를 통해 성장하는 전략은 차 부회장의 주특기로 꼽힌다. 그는 2005년 1월 LG생건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이후 더페이스샵, 바이올렛드림, 긴자스테파니, 프루츠&패션, CNP코스메틱, 제니스, 태극제약 등 화장품 및 생활용품 분야에서 12개 회사를 M&A했다. 식음료사업부문에서도 코카콜라음료,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음료, 영진약품 드링크사업 등 5개 회사를 사들여 회사를 키웠다.
LG생건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조490억원, 영업이익 8284억원을 달성했다. 연간으로는 매출 6조7055억원, 영업이익 1조212억원에 달할 것으로 신영증권은 추정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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