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와 서울 강남구가 지난 10월 공동 개최한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발표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현장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무협 제공
한국무역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 체결, 해외 투자 유치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무협에 따르면 국내외 대기업은 유망기술 도입, 신사업 모델 수립, 우수인재 확보 등을 위해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다. 무협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 관계자는 “4차 산업 기술이 새로운 파생기술을 양산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데다 기술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도 투자 유치 및 판로 확보를 위해선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무협의 설명이다.
무협이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사업은 크게 △‘포천 500 기업’ 연결 △스타트업 해외 테스트베드 △넥스트라이즈 등으로 나뉜다. 우선 무협은 포천 500에 속하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스타트업을 매칭하는 ‘포천 500 커넥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부터 바스프, 레고, 샤넬, BMW 등 45개사와 491개 스타트업을 매칭했다. 이 결과 투자 유치, 기술 판매, 납품계약 체결, 액셀러레이터(AC) 프로그램 선발, 파트너십 체결 등 17건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국내 뷰티 스타트업 라이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니베아 브랜드로 유명한 독일 스킨케어 기업인 바이어스도르프와 작년 1월 코엑스에서 첫 미팅을 한 이후 ‘바이어스도르프 AC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지난해 12월엔 52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지난달 국내 311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증 테스트베드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5%가 ‘신기술 개발 시 실증 기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기업은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극소수 스타트업에만 실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대기업은 리스크를 피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협력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무협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국내 스타트업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 접목 기회를 제공하는 해외 테스트베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옮겨 스타트업이 신기술을 적극 검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선(先) 검증, 후(後) 매칭’ 방식의 실증이다. 무협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레나쇼핑몰과 협력해 주차장, 오피스 등을 대상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이 신기술을 검증할 기회를 제공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함께 넥스트라이즈 행사도 열고 있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을 소개하고,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주는 행사다.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0’에선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 간 약 1500건의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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