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달부터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산지에서 올라온 채소, 과일을 시장 경매를 통해 매입하고 있다. 25일 새벽 2시 임영호 이마트몰 과일 바이어가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딸기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지난달 18일 온라인몰에 ‘달콤가득 딸기’를 내놨다. 서울 가락시장 새벽 경매에 이마트 바이어가 참여해 가져온 상품이었다. 이마트가 농수산물 경매를 통해 상품을 조달한 것은 2004년 온라인몰 설립 후 처음이다. 이날 한 팩에 500g이 든 딸기 600상자가 전부 팔렸다. 알이 크고 싱싱한 딸기가 시세 대비 20%가량 저렴해 소비자가 몰렸다.
이후에도 가락시장 경매 상품은 이마트몰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딸기, 사과 등 과일부터 토마토, 버섯 등 채소까지 상품도 다양했다. 지금까지 가락시장 경매 상품 평균 판매율은 95%에 이른다. 100개를 준비하면 95개가 팔렸다. 이마트몰 내 평균 상품 판매율이 80% 미만임을 감안하면 소비자 호응이 훨씬 크다. 이마트는 가락시장 경매 상품 판매를 주 3회에서 5회로 확장하고 상품 종류도 더 늘리기로 했다.
산지 통한 상품조달 고집하지 않기로
이마트가 시장 경매를 시도한 것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쿠팡 마켓컬리 등이 신선식품 분야에서 치고 들어오자 이마트가 대대적인 반격을 꾀했다. 작년 5월 온라인 새벽배송 ‘쓱배송 굿모닝’으로 맞불을 놨다.
쓱배송 굿모닝은 도입 첫달 하루평균 92건에서 지난달 1634건으로 약 18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쿠팡 마켓컬리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쿠팡은 새벽배송을 시작한 지 다섯 달 만에 하루 주문량 3만 건을 넘겼다. 마켓컬리도 약 2만 건의 주문을 처리 중이다. 새벽배송 시장에서만큼은 대형마트 1위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상품 조달 체계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최소 수개월 전 계약을 맺고 산지에서 생산자로부터 직접 상품을 가져왔다. 충분한 물량 확보와 안정적인 상품 공급은 가능했지만 ‘순발력’은 떨어졌다. 시장 경매를 통해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경매 상품은 작황이 좋으면 가격이 확 떨어지는 장점이 있다. 시장 트렌드에 곧바로 대응할 수도 있다. 경매 상품은 일반 매장에 넣지 않고, 온라인으로 바로 판매해 재고를 최소화했다.
지난 21일엔 ‘신선보장’이란 캠페인을 시작했다. 과일·채소·수산물·정육 등의 상품을 이마트몰에서 구입한 소비자가 ‘신선하지 않다’고 신고하면 언제든 교환·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극한신선’이란 캠페인도 하고 있다. 랍스터, 봄나물 등 온라인에서 팔지 않을 것 같은 상품을 골라 짧은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타깃이다. 첫 상품으로 선정된 랍스터는 준비한 물량 1t이 다 팔렸다.
숙성회 3시간 배송도 등장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롯데 GS 등 다른 유통사도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호텔 체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셰프 6명을 채용했다. 이들의 역할은 롯데마트 자체상표(PB) ‘요리하다’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장에서 판매할 식품만 선별하는 바이어와 셰프들이 협업하면 시장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이끌어갈 수 있다”며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등에 최근 식품 트렌드를 반영해 롯데마트에만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롯데슈퍼는 신선식품 포장 방식에 큰 변화를 줬다. 대용량 상품을 소포장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바나나는 송이 단위로 팔던 것을 2개 단위로 낱개 포장했다. 양배추, 파프리카 등 채소는 먹기 좋게 손질해 담았다. 양파를 반으로 자른 ‘한끼 간편 양파’도 있다. 이런 식으로 수산물, 축산물 등도 1인 가구용으로 작게 바꿔나가고 있다.
GS수퍼마켓과 편의점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차별화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몰(GS프레시)에 선보인 숙성회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주문 시 3시간 안에 배송해준다. 새벽배송보다 속도가 빠르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오후 5시 이전에 주문해야 가능하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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