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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공모주 시장은 그야말로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단순히 높은 청약 경쟁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과열이었는데요. ‘과열’을 상징하는 지표로 예년과 비교해보면 어땠을까요?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를 통해 뜨거웠던 2021년의 기업공개(IPO) 파티를 되돌아봤습니다.
◆의미 잃은 ‘안내선’
IPO 시장의 과열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지표 중 하나는 ‘선을 넘은’ 공모가의 비율입니다.
작년 기관투자가들은 공모기업 증권신고서에서 안내하는 ‘희망 가격대(price band)’와 무관하게 훨씬 높은 가격을 써내기 일쑤였는데요.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선택하는 이같은 전략은 안내선을 훌쩍 뛰어넘는, 비싼 공모가액의 이례적인 급증을 낳았습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전자부품업체 솔루엠은 희망 공모가를 1만3700~1만5500원으로 제시했는데요. 확정 공모가액은 1만7000원이었습니다. 수요예측(공모가액 확정을 위한 경쟁입찰) 때 기관 80%가 안내한 범위보다 비싼 가격을 써낸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안내선을 뚫고 올라간 공모가’(이하 초과 공모가) 확정 건수는 총 몇 개나 됐을까요.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2021년에 무려 37건으로 2012년 집계 이래 최다였습니다. 전체 신규상장기업 89개사(스팩 제외)로 따져보면 절반에 가까운 41%가 기대한 수준을 웃도는 공모가를 평가받았습니다.
이런 초과 공모가 비율은 전년도인 2020년의 세 배를 웃도는데요.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써낸 기관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초과 공모가 확정이 절반에 가까운 이같은 초(超) 과열 파티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습니다. 새로 상장하는 기업들의 희망 가격대가 최근 공모가 확정 추이를 반영해 눈높이를 계속 올려잡기 때문입니다. 초과 공모가 확정 비율이 높은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면, 과열을 반영한 안내선을 바닥삼아 새로운 과열을 형성하는 셈입니다. 안정적인 시장에서 초과 공모가는 기업(증권사)이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발생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IPO 시장을 원하는 증권사들은 웬만하면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안내선 안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려 애씁니다. 그럼에도 2021년엔 이런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요. 초과 공모가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내는 이른바 ‘따상’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미래산업 ‘따상’의 추억
공모주 투자자 관점에서 2021년은 ‘따상’의 전성기였습니다. 따상이란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더블)로 형성한 뒤, 다시 이를 바닥으로 상한가(30%)를 기록하는 일을 뜻하는 속어입니다. 공모가 대비 상승폭은 총 160%로 첫날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수익률입니다.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따상은 모두 17건으로, 역시 집계 이래 최다였는데요. 2020년 SK바이오팜 등 10건을 제외하면 한 해 5건을 초과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지극히 보기 어려운 광경이 연달아 펼쳐졌다는 얘기입니다.
주로 미래성장의 꿈을 품은 공모주가 따상을 기록했는데요. 유가증권시장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일진하이솔루스가 축포를 울렸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선 지아이텍(2차전지 코팅장비),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원티드랩(인공지는 기반 채용 플랫폼) 등이 동참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의 따상이었습니다. 주당 2000원에 공모주를 판 삼성머스트스팩5호와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이 각각 작년 6월과 8월 상장 첫날에 52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일이었는데요. 가진 게 현금밖에 없는 스팩의 경우 이상급등으로 3000원을 넘으면 합병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게 IPO 업계의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삼성머스트스팩5호의 경우1만1400원까지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불에 델 것 같았던 2021년 IPO 파티의 싱징으로 금융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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