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도하는 ‘제로페이’(일명 서울페이)가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에 이어 비씨카드도 불참을 선언해서다. 최대 협력사로 꼽히던 두 곳이 모두 발을 빼면서 제로페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페이 도입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7월 서울시와 제로페이 도입 및 활성화 업무협약(MOU)을 맺은 지 4개월 만이다. 당시 서울시는 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 티머니페이, 비씨카드 등 5개 민간 결제플랫폼사업자와 신한 우리 국민 등 11개 은행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 중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는 보유 가맹점을 기반으로 제로페이 확산에 속도를 붙일 협력사로 꼽혀왔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서울시가 마련한 최종 사업운영안과 비씨카드의 구상이 달랐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스마트폰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구매자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이체되도록 하는 방식의 간편결제다. 서울시는 현재 개인이 각 간편결제사업자가 개설한 계좌에 돈을 적립해놓는 ‘선불형’과 은행 계좌를 각 간편결제사업자에게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결제를 기반으로 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보유한 비씨카드와는 사업 내용이 달랐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최종 사업운영안을 보고 불참을 결정했다. 카카오페이는 5월부터 오프라인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시행, 제로페이사업 참여 이전에 오프라인에 QR코드를 깔아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제로페이가 정한 표준 QR코드는 해외 사용에 제한이 있었다.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의 불참으로 제로페이는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도리어 정부, 카드사, 결제플랫폼 간 자체 QR코드 결제를 앞세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는 사업자 이탈에도 다음달 17일 시범사업 개시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참여 사업자 수 자체는 기존 16개에서 28개로 늘었다. 은행은 광주·대구·전북·산업·수협은행, 민간 결제플랫폼사업자로는 신세계아이앤씨, 토스(비바리퍼블리카), 한국정보통신, 인스타페이,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쿠콘, 하나카드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이 이체수수료를 무료로 해 달라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는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여럿 있어 제대로 시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정지은/박진우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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