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진국 중 절반이 국가신용등급 또는 전망을 강등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 하락 여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나랏빚 증가 속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정을 지나치게 많이 풀어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한 나라는 어김없이 신용도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국가신용등급이나 전망을 하향 조정한 국가는 112개였다.
상당수 선진국도 신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선진국 20개국 가운데 10개국이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IMF 기준 20개 선진국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한국, 핀란드, 스페인, 벨기에, 체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이다.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3개 국가는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미국 호주 일본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등 7곳은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이들 20개국의 지난해 일반정부부채비율(중앙정부+지방정부+비영리공공공기관 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 증가폭을 보면 1위 일본(28.2%포인트), 2위 스페인(27.6%포인트), 3위 이탈리아(27.0%포인트), 4위 캐나다(26.0%포인트), 5위 영국(22.7%포인트), 6위 미국(22.5%포인트), 7위 프랑스(20.6%포인트), 8위 벨기에(18.9%포인트) 등 순이었다. 모두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하향 조정된 나라다.
나머지 하향 조정 국가인 호주(14.1%포인트)는 10위, 핀란드(8.9%포인트)는 13위였다. 나랏빚 증가 상위 국가와 국가신용도 하락 국가가 거의 일치한 셈이다.
신용등급·전망이 떨어진 국가는 정부부채 비율 규모 자체도 컸다. 대부분 100%를 넘었다. 하지만 호주는 작년 정부부채 비율이 60.4%로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작년 4월 S&P가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부채 규모가 작아도 증가 속도가 빠르면 신용도 하락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정부부채 비율이 2019년 41.9%에서 작년 48.4%로 6.5%포인트 늘었다. 이전보다는 증가폭이 컸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부채 증가폭이 선진국 20개국 중 17위였다. 지난해 국가신용등급과 전망도 변동이 없었다.
문제는 올해다. IMF에 따르면 올해 말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52.2%로 예상된다. 작년보다 3.8%포인트 늘어난다. 이는 20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다수 선진국 정부는 올해 재정건전성 강화를 예고했는데 한국은 재정 확대를 계속 추진할 예정이어서다. 여기에 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더해지면 정부부채 비율이 52.2%보다 훨씬 오를 수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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