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운용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스웬슨은 미국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다. 1985년부터 맡았으니 벌써 34년째다. 그가 운용을 맡을 당시 10억달러(약 1조1356억원) 수준이었던 예일대학 기금 규모는 294억달러(약 33조3690억원·지난해 6월말 기준)로 30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뱅가드 그룹의 창립자 잭 보글은 스웬슨을 ‘지구상에 몇 안 되는 투자 천재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웬슨은 탄탄한 기금이 있어야 외부 자본에 흔들리지 않고 창립 목표에 따라 학생을 뽑고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실상 ‘영원히’ 유지돼야하는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전략’을 개발해 실행하고 있다. 그의 투자 기법은 ‘수익은 얻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산을 통한 안정성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분산투자는 ‘공짜 점심’
스웬슨은 리먼 브러더스와 살로몬 브라더스 등에서 일하며 새로운 금융기술을 개발했던 투자전문가다. 살로몬 브라더스에서 일할 당시 IBM (NYSE:IBM), 세계은행과 함께 최초로 통화 거래 스왑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1985년 모교인 예일대의 요청으로 기금운용을 맡았다. 이후 자신의 원칙에 따라 기금을 성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예일대 기금운용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연평균 11.8%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금운용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스웬슨의 전략을 간단히 요약하면 ‘주식에 집중하되 분산투자하라’로 정리할 수 있다. 스웬슨은 “주식에 집중하는 것은 수익률을 제고시키는 것이며 분산 추구는 위험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조홍규 투자리서치센터장은 “채권 중심의 안전자산 투자 일변도였던 기금 운용 방식을 바꿔 주식 비중을 높이는 대신 자산배분을 통해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스웬슨은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식이 위험성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압도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925년 12월 1달러를 장기 국채에 투자했다면 2005년 12월 71달러를 벌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 대형주에 투자했다면 2658달러, 소형주는 1만3706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50% 이상을 단일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로 유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해리 마코위츠의 지론처럼 분산투자는 ‘공짜점심’을 먹게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스웬슨은 “분산을 통해 기대 수익률은 낮추지 않은 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적용해봤더니…
그의 투자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스웬슨의 전략을 토대로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블룸버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시점)부터 작년까지 24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포트폴리오는 코스피200지수(30%), MSCI 선진 시장 지수(15%), MSCI 신흥 시장 지수(5%), 미국 장기 국채(15%), 미국 물가연동채(TIPS)(15%), 미국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20%)로 구성했다. 스웬슨이 저서 Unconventional Success(비관습적 성공)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제시한 구성을 따라 한국 시장에 적용했다. 다만 장기 국채, 물가연동채, 리츠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분석 대상 기간(2002년 3월 이후)을 만족시키는 자산이 없어 미국 증시에 상장돼있는 펀드를 이용했다.
스웬슨 전략의 16년 누적 수익률은 코스피200지수과 비슷했지만 변동성은 낮았다. 16년 간 스웬슨 전략의 샤프지수은 0.77로 코스피200지수(0.46)보다 높았다. 샤프지수은 위험대비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숫자가 높다는 것은 위험대비 높은 성과를 가져간다 뜻이다. 즉 동일한 위험을 가정했을때 높은 수익률을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을 절반 정도 포함했음에도 주식시장 평균과 비슷한 성과를 냈다”며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스웬슨의 전략은 특히 장기투자에 적합하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연구소장은 “스웬슨의 전략은 기금운용에 뿌리를 두고 있어 장기투자에 적합하다”며 “직장인들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참고할만 하다”고 조언했다. 스웬슨도 “많은 분별있는 전략들이 3~5년간의 투자기간을 필요로 한다”며 “궁극적으로 올바른 결정이라도 단기적으로는 어리석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리밸런싱(자산 교체)을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가격이 떨어지고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포트폴리오 내에서 주식비중이 낮아지고 채권 비중은 높아지는데 이는 본래 목표보다 기대 위험과 수익이 낮아진다. 이럴때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서 다시 비중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는 상황이 많아 투자자들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스웬스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인기없는 자산을 사는 전략은 현재 인기가 좋은 자산을 살 때보다 높은 수익을 약속한다”며 “리밸런싱은 투자자가 계획한 위험과 수익을 유지해주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스웬슨은 “레버리지는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동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단 점에서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특히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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