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꿈인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을 실현시켜야 하는 무거운 짐은 신한은행장이 질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현재 위성호 행장이 이끌고 있지만 오는 3월 진옥동 전 신한금융 부사장(차기 행장 내정자)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진 내정자는 ‘일본통’이다. SBJ은행(일본현지법인)에서 오사카 지점장, 부사장, 법인장까지 지냈으며 작년까지 지주 부사장을 맡아 재일동포 주주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앞서 위 행장은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따내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성장세를 이끌었다. 진 내정자는 여기에 또 다른 부가가치를 얹어 신한은행을 다시 리딩뱅크로 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진 내정자의 짐은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나눠 질 수밖에 없다. 임 사장 역시 오사카 지점장을 거치며 재일동포 주주들과 인연이 깊다. 작년 말 조 회장이 계열사 사장 11명 중 7명을 교체했지만 임 사장은 연임시킬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금융 내에서 서열 3위로 평가받고 있다. 기준은 신한금융 내에서 계열사 순위를 매기는 ‘은(은행)·카(카드)·금(금융투자)·생(생명보험)·자(자산운용)’ 룰에 따라서다. 다만 카드산업 업황이 악화되고 있어 그룹의 실적 성장에 기여하기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에선 외부 출신인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내정자와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가 증권과 생보 최고경영자(CEO)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신한지주 부사장에게 더 주목하고 있다. 조 회장이 ‘원 신한’을 앞세워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고, 지주 역할을 키우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박우혁 지주 부사장은 그룹의 전략을 조율하는 ‘실세’로 꼽힌다. 지주 전략기획팀을 비롯해 원신한전략팀, 디지털전략팀, 글로벌자본시장팀 등 핵심 사업의 전략을 총괄한다. 그는 개인영업은 물론 캐나다신한은행법인장과 아메리카신한은행법인장, 외환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고,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보를 지냈다. 특정 라인으로 평가받지 않는 데다 선후배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워 그룹의 통합 전략인 ‘원 신한’을 추진할 최적의 임원으로 꼽히고 있다.
조 회장은 5개 핵심사업부문을 지주가 통제하는 매트릭스 체제로 꾸렸다. 그룹의 중요 현안을 논의하는 사장단 회의에도 부문장들이 참석할 정도로 그룹 내 역할이 크다. 정운진 글로벌투자금융(GIB)사업부문장, 정지호 글로벌사업부문장, 장동기 고유자산운용(GMS)사업부문장, 왕미화 자산관리(WM)사업부문장, 이병철 브랜드홍보부문장(CPRO) 등 5명은 ‘준CEO급’으로 분류된다.
조 회장은 기존 3명의 지주 부사장이 맡던 역할을 쪼개 2명의 부사장과 2명의 상무 체제로 바꿨다. 류승헌 부사장에겐 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겼고 이인균 상무는 그룹 인사 및 경영지원 등을 담당하는 책임자(COO)로 승진발탁했다. 이 상무는 조 회장의 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신한지주 경영지원팀 부장으로 조 회장을 보좌해 ‘조 회장의 복심’으로 불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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