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정장(갖춰 입은 정장)’을 고수하던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캐주얼 복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제된 의복을 중시하던 전통 금융기업이 변화한 이유에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5일(현지시간) 사내 공지를 통해 “직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일부 사업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캐주얼 복장을 3만6000명 전체 직원에게 허용하겠다고 공지했다. 다만 “캐주얼 복장이 모든 미팅에서 적절한 것은 아니다”는 단서를 달고 “직원들이 고객의 기대에 맞게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투자자와 기업에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정장을 고수하는 금융업계의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업계에서도 셔츠, 넥타이, 구두 등을 모두 갖춰 입는 가장 보수적인 복장을 고집하던 곳이었다. 패션잡지 지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정장과 구찌 로퍼 등 전통 남성복을 유지하던 마지막 요새인 골드만삭스마저 변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가 변화한 이유에 대해 유연한 복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7년생)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채용 경쟁을 벌이는 처지에서 복장규정 때문에 인재를 잃을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AI) 투자 등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2년간 IT 직원을 8000명 채용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2가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한다. FT에 따르면 젊은 IT 직원 중 일부가 찢어진 티셔츠 등 지나치게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해 상사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스포츠의류 업체 룰루레몬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면서 회의석상에 정장이 아니라 ‘애슬레저(일상복과 비슷한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나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솔로몬 CEO는 평소 고객들에게 포용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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