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한국기업의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메모리 반도체,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업황 둔화가 이유다. 이들은 당분간 이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앞으로 1년간 한국기업의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 조정이 긍정적 조정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27개 한국 비금융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이 대부분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와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은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업황 둔화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역갈등과 글로벌 성장 둔화로 인한 업황 약화, 일부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하면 향후 12개월간 한국 기업 신용도는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일 무역 갈등 고조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행정절차를 지연시키는 데 그칠것으로 예상돼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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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보고서를 통해 험난한 영업환경, 공격적인 재무정책, 규제 리스크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한국기업들의 신용도 부담이 향후 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홍 S&P이사는 "한국의 2019년 경제성장 전망을 고려했을 때 거시경제 지표의 둔화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나타났고 향후 12개월 동안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P는 수출의존형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를 비롯해 정유 및 화학 산업의 경우 향후 1~2년 동안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한국기업들은 영업실적 하락에도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도입해 실적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S&P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는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 하향조정이 상향조정보다 많은 부정적인 흐름으로 전환됐다"며 "올해 들어 한국기업들 중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이 상향조정된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어려운 대내외 환경으로 기업들의 부정적인 신용도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특히 국내 기업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모두 비슷한 신용 하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신평사 한 관계자는 "한국기업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들의 신용도도 네거티브(부정적)로 많이 내려왔다"며 "미중 무역이슈가 한국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세계 모든 기업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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