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겹치며 ‘시계 제로’의 투자 시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금값과 유가는 급상승하고, 글로벌 증시에도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국내에선 환율, 유가, 금리가 함께 올라가는 ‘3중고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장세엔 안전자산과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을 함께 담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혼돈기의 자산 시장을 견뎌낼 전략을 물었다.
현금성 자산을 50% 이상으로5대 은행 PB들은 안전자산으로 금융채와 정기예금 및 금을,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는 단기 채권형 펀드, 원자재, 리츠, 물가연동채권, 금 등을 제시했다. 허도경 신한은행 목동PWM센터 PB팀장은 금융채와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을 50% 비중으로 금융자산에 담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했다. 금리 인상기 수혜를 볼 수 있으면서도 안전성이 높은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유망하다고 봤다. 허 팀장은 “최근 K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쿠폰금리 연 3.7%, NH금융은 연 3.8%대로 고액 자산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며 “정기예금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비해 6개월짜리에 가입해 두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공성율 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장은 “당장 현금성 자산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은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장률이 둔화하고 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며 “3월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하강, 우크라이나 이슈 등 변수가 너무나 많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현금성 자산은 시장금리부저축성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등과 같은 수시입출금식 상품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섹션 팀장은 “안전을 위해 채권과 예금을, 투자 용도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모은 초분산 상품인 EMP가 알맞다”며 “채권을 담는다면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최대한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짧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열 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금융주, 원자재, 리츠, 금, 물가연동채권 등 인플레이션 방어 상품을 담되 상품군별 시황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은행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뱅크론 펀드’나 글로벌 공급망 회복 후 수요 증가를 기대한 원자재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했다. 위기엔 역시 금·원유·비트코인높아진 변동성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노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익률이 연 7~8%까지 높아져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허도경 팀장은 “기준 지수가 6개월간 5%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8%의 금리를 제공하는 ELS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지면 ELS 손실가능구간(녹인 배리어) 기준은 완화되고,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수연 우리은행 강남TCE센터 부지점장은 “금과 원자재 펀드 등에 투자하되 우크라이나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때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박현식 팀장은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부각돼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비추’한 반면 한수연 부지점장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금과 달러화 표시 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 부지점장은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이번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금과 원유처럼 ‘무국적’ 특성을 드러냈다”며 “투자자가 암호화폐의 미래에 확신이 있고,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면 포트폴리오에 좀 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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