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주재로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주택분 재산세는 작년보다 20.7% 늘었다. 2008년(28.6%)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이다. 이런 ‘재산세 폭탄’은 주로 시세가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에게 떨어졌다. 아파트값이 뛴 것도 이유지만 정부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대상으로 공시가격을 대폭 높이는 ‘공시가 현실화 정책’을 밀어붙인 여파다. 내년부터는 이런 재산세 폭탄이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9억원 미만 주택에도 공시가 현실화 정책을 예외 없이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9억원 미만도 공시가격 대폭 올린다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보유세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아 보유세가 적게 걷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9억원 이상 주택만 대상이었다. 정부는 9억원 이상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작년 67.1%에서 올해 72.2%로 대폭 끌어올렸다. 반면 9억원 미만은 68.4%에서 68.1%로 낮췄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9억원 미만을 포함한 전체 주택이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사정권에 들어온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중저가 주택 보유자에겐 일종의 유예 기간을 줬던 건데 보유세 정상화를 위해선 이 같은 예외를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세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68%에서 내년 70%로 올리고, 중장기적으로 8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방안이 현실이 되면 시세가 오르지 않아도 세 부담이 커진다. 8억원짜리 주택 보유자는 현재 재산세가 67만6000원이지만 현실화율이 80%가 되면 90만6000원이 된다. “병 주고 약 주겠다는 거냐”정부는 서민의 세 부담 급증을 완화하기 위해 ‘재산세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과세표준별 0.1~0.4%인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재산세 경감 대상을 시세 6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선 ‘중저가 주택=6억원 이하’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6억원 이상 주택을 갖고 있으면 서민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세 혜택을 줄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집값 상승으로 6억원 이하가 중저가 주택이란 공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는 6억원 이하 주택 비중은 지난 6월 29%에 그쳤다. 2018년 6월엔 53%였으나 집값 상승으로 대폭 감소했다.
세 부담 상한을 고려해도 세율 인하를 6억원 이하에만 적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전년보다 재산세가 5% 이상 오를 수 없게 돼 있다. 3억~6억원 이하는 10%, 6억원 초과는 30%다. 공시가격이 오를 때 타격이 큰 계층은 6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인데 이들만 세 혜택을 쏙 빼면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로 세 부담을 늘리면서 재산세 경감을 동시에 추진하는 게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시가격은 납세자의 조세 부담 능력과 국가 재정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시세와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며 공시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9억 이하 주택 공시가격 오른다…서민까지 '재산세 폭탄' 우려
이렇게 사면 세금 1억 더 낸다
"서울시 추진 공시가격 개선 사업, 국토부 압력으로 좌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