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
‘세계 1위’ 제품을 앞세운 효성 계열사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진입 가능성도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효성 계열사들은 대부분 연관 산업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간재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요 납품처 실적에 관계없이 탄탄한 실적을 내는 것은 주력 제품의 입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재료값 안정에 환율 효과까지
3일 효성에 따르면 지주회사 효성과 산하 4개 사업회사는 지난 2분기(4~6월)에 매출 4조8163억원, 영업이익 3533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14.0%, 영업이익은 59.6% 뛰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28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2%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효성 5사의 영업이익 합계(컨센서스)가 1조104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효성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것은 2016년(1조163억원) 후 처음이다. 효성은 지난해 6월 1일자로 효성티앤씨(섬유·무역), 효성중공업(전력·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화학(화학) 등 사업회사와 효성(지주회사) 등 5개 회사로 분할했다. 효성 관계자는 “사업부별로 독자 경영을 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며 “분할 후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재료값 안정과 환율 상승 등도 실적 개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효성티앤씨의 2분기 영업이익은 9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9% 늘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스판덱스 원사인 ‘크레오라(브랜드명)’다. 유사 제품이 난립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32%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효성티앤씨 측은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크레오라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593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0.5% 증가했다. 초고압변압기 등 발전·송전 장비 출고가 늘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충전소 설비 등 신사업에서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효성화학의 영업이익도 작년 2분기보다 32.3% 늘어난 496억원을 기록했다.
○1966년 창업 이후 ‘소재 한 우물’
효성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제품들의 공통점은 오랜 투자와 기술 개발의 결실로 탄생했다는 점에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의 일류 상품들은 기술 중심 경영에 대한 집념으로 일궈낸 산물”이라며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여 기술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1990년대 초 독자 기술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반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본격화하자 고품질 제품으로 방향을 돌렸다. 지속적 투자로 품질을 개선한 결과 2010년부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발전·송전용 전압 유지 장치인 스태콤(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하기도 했다. 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보강재인 타이어코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에 이른다. 2000년부터 세계 1위다. 미쉐린 등 글로벌 타이어업체들과 장기 계약을 맺은 덕분에 자동차산업 부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효성은 2000년대 초반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어 2011년 독자 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뚝심 있게 기술력을 쌓아 왔다. 효성은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3’ 탄소섬유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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