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3월29일 (로이터)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영국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그러나 EU 또한 브렉시트로 인해 변화할 것이다. 다음 5가지 방식으로 브렉시트는 EU를 바꿔놓을 것이다.
◆ 줄어드는 EU의 예산
EU의 예산이 EU 회원국들의 공공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의 공공지출에서 EU가 지급하는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보다 높다. 폴란드는 8% 가량이며 불가리아의 경우는 20% 가까이 된다.
영국이 탈퇴하면, EU에 대한 분담금보다 EU로부터의 지원금이 더 큰 폴란드와 같은 순수혜국들이 받는 지원금이 약 1/6 정도 줄어들며, 이에 2021년부터 시작되는 7개년간 EU 지출 계획을 놓고 동유럽 국가들과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 싸움이 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브렉시트 탈퇴 때문에 영국이 EU에 지불해야 할 비용을 놓고 줄다리기가 있을 것이다. 영국이 연구 지원금 등 일부 주요 EU 예산을 위해 EU에 분담금을 내겠다고 결정할 가능성도 있지만, 규모가 큰 농업 보조금을 위한 분담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토할 것이다.
◆ EU 회원국 간 힘의 균형
영국이 가입을 지지했던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은 독일과 프랑스가 이들 국가 출신의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발칸 반도의 국가들을 포함한 EU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국가들은 EU 확장을 경계하는 부유한 서유럽 국가들에 대항하기 위한 영국이라는 동맹국을 잃는 셈이다.
브렉시트로 프랑스는 EU 내에서 유일한 핵무장 국가이자 UN 안정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휘두를 수 있는 유일한 EU 회원국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 외에서 EU 방어 협력을 강화하려는 프랑스의 야심에 대해 끈질기게 반대해왔던 영국은 사라지게 된다. 이미 EU의 어젠다에 국방이 다시 추가된 상태다.
◆ 세계에서 EU의 위상 약화
브렉시트로 인해 EU는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과의 교섭을 담당할 나라를 잃게 된다. 영국의 외교적ㆍ군사적 힘, 중국, 러시아, 중동 등 주요 국가들에 대한 영국의 이해와 영향력은 EU에게 유용한 것이었다.
영국이 모스크바에 대해 취한 강경한 태도는 발트해 국가와 네덜란드 등의 호응을 얻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에 대해 보다 온건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와 (아마도) 독일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제재를 하자는 합의나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자는 합의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정치 문화
EU 기관 내에서 영국인 관료가 많지는 않지만,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었던 44년 동안 영국인 관계자들은 고위 관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브렉시트 후 이러한 전통은 사라질 것이다.
EU 회원국들, 특히 작은 국가들은 EU 내에 자리 잡은 중앙집권적이고 통제적인 행정 처리 방식보다 실용적이고 자유방임주의적인 영국식 방식을 중시한다.
영국이 영어만 EU의 공용어로 남겨두고 EU를 떠나는 가운데, 일부 프랑스 관계자들은 프랑스어가 EU 내에서 다시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되길 희망하고 있다.
◆ EU 이탈 가능성 증가
작년 6월 브렉시트 결정 국민투표 이후, EU 지도자들은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들의 통합에 대해 이야기했다. 설문조사에서 EU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상승해왔다. 그러나 각국 정부들이 다양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EU 통합은 브렉시트 협상으로 인해 시험에 들게 될 것이다.
전례없었던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은 EU 탈퇴라는 그간의 금기를 깨뜨리고 "분열되지 않는 연합"을 기원하는 일이 공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EU는 더 많은 회원국들의 탈퇴 위협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 원문기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