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모펀드 제너럴애틀랜틱의 빌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 경제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 김현석 특파원
“미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신흥시장 전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는 달러 강세 등으로 과매도 상황이 빚어졌고 최근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중단으로 더 유리해졌습니다. 브라질과 인도 등 핵심 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도 괜찮습니다.” 세계적 사모펀드(PEF) 제너럴애틀랜틱(General Atlantic)의 빌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운용자산 280억달러(약 31조4600억원) 규모의 이 PEF는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낸 혁신기업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둬왔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우버 에어비앤비 스냅 슬랙 등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모두 제너럴애틀랜틱의 투자를 받았다. 포드 CEO는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성장률 저하는 부채를 줄이고 성장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도된 과정으로 해석했다. 미·중 무역협상도 몇 달 안에 타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다만 미·중 관계는 전략적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전환된 만큼 군사와 기술 분야에서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기와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큽니다.
“얼마 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보니 1년 전 긍정적이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거의 모든 전망이 상당히 비관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세계 경제는 성장 속도에서 감속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미국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성장률을 1.5%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 정도면 침체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중요한 건 플러스 성장을 계속한다는 것입니다. 물가가 안정됐고 고용도 좋습니다. 다보스포럼에서 P&G, IBM (NYSE:IBM), 비자카드 등의 CEO와 만났는데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괜찮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Fed가 통화긴축 기조에서 후퇴해 저는 경기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까봐 걱정했는데 Fed가 이제 데이터에 의존하겠다고 밝히는 등 태도를 바꿨습니다.”
미국의 경기 확장기가 10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지난 27~28년 동안 경기 확장을 계속해왔습니다. 이를 봐도 사이클상 2020~2021년 미국에 불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갈 것으로 봅니다.”
유럽의 상황은 미국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유럽엔 많은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오는 5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가 끝나면 더 많은 규제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불안 요인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의 리더십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유럽 성장률은 0% 안팎을 왔다갔다 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 경제 위기론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중국 경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중국 성장에 대한 우려는 잘못된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일부러 성장률을 낮추는 대신 성장의 질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표를 성취해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5년간 매년 5~6% 성장할 겁니다. 이런 성장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될 것으로 봅니까.
“무역협상이 몇 달 안에 꽤 좋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로 정치·경제적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양국 합의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겁니다. 갈등 상태가 지속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권위에 흠집이 갈 우려가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내년 재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미·중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무역협상 타결이 관계 정상화를 뜻하진 않습니다. 그동안 양국은 전략적 파트너였습니다.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도 좋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중국은 전략적 경쟁자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작년 10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건 매우 다른 개념입니다. 중국에 대한 접근법이 확 바뀌었습니다. 지정학적 경쟁은 물론 곳곳에서 다툼이 계속 생길 겁니다. 다만 경쟁 관계가 됐다고 해서 평화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양국 모두 확장주의 국가가 아닌 데다 내부에 풀어야 할 문제도 많습니다.”
중국은 미국 요구대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포기할까요.
“중국은 이번에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한 실수를 깨달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너무 많은 투자를 했고 여전히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포장을 다르게 해서 조용히 진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 경제가 괜찮다면 올해 뉴욕증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2019년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일 것으로 봅니다. 급등세는 아니고 적당한 수익률을 낼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이미 많이 올랐고 올해 S&P500 기업 실적 증가율도 7~9%로 작년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증시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지금보다 더 많이 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어디에 투자할 겁니까.
“미국 주식보다 신흥시장 전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달러 강세 등으로 과매도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최근 Fed의 긴축 중단으로 더 유리해졌습니다. 주가와 환율 등 시장지표들이 일부 회복하긴 했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생각보다 더 괜찮습니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 중국 등 중심 국가들은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우파 대통령이 선출된 브라질 경제가 매우 좋을 겁니다. 또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신임 대통령도 좌파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성공적으로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실용적인 사람입니다. 좌파는 문제지만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인도 경제도 좋게 보는 것으로 압니다.
“다보스포럼에서 인도가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 연 7% 이상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00달러대로 성장 커브가 가팔라지는 구간에 있습니다. 인구 구조 등 큰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도 많습니다.”
한국에도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습니까.
“한국은 혁신의 선두주자입니다. 특히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혁신의 원동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선 기술, 구체적으로 전자상거래와 디지털콘텐츠 분야를 보고 있습니다. 뷰티와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많은 흥미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혁신적 기업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혁신기업과 기업가를 찾아내 세계 시장으로 이끌려고 합니다.”
북한 리스크는 얼마나 고려하나요.
“지정학적 문제가 투자를 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관리 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중국이나 한국에 투자하는 데 북한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많은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엇을 눈여겨봐야 합니까.
“우리는 이제 데이터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50억 개의 스마트폰이 있고 대부분의 기업은 데이터 저장 등에 외부 클라우드를 씁니다. 새로운 단계에 들어간 것이지요. 앞으로 기술 분야의 혁신은 데이터에 달려 있습니다. 인공지능(AI)도 그 바탕은 데이터이고,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혁신도 데이터와 연결돼 있습니다. 앞으로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겁니다.”
모빌리티를 말씀하셨는데 한국 정부는 수소차를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전기차는 이미 테스트 단계를 거쳐 상업성이 증명됐습니다. 하지만 수소차는 아직 상업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연구개발(R&D)과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전망이 쉽지 않습니다. 제너럴애틀랜틱은 벤처캐피털이 아니어서 증명된 기술에만 투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봅니까.
“미국 대선은 경제에 의해 결정돼왔습니다. 침체에 들어갈 것인지, 성장할 것인지 경제를 보면 내년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부동산은 금리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은 신축 건물보다 이미 건설된 부동산을 거래하는 시장이어서 수익률이 낮습니다. 만약 두드러진 금리 인상이나 하락이 있다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겁니다.”
빌 포드와 제너럴애틀랜틱은
빌 포드는 2008년과 2009년 연이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다스의 손’ 5위에 선정된 투자자다. 1961년생으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다. 1991년 사모펀드(PEF) 제너럴애틀랜틱에 합류했으며 2007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지난 12년간 운용자산 규모를 120억달러에서 280억달러로 늘렸고 싱가포르와 베이징, 상하이, 멕시코시티 등 세계 14개 도시에 법인 또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프라이스라인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NYSE유로넥스트, 뉴욕상업거래소(NYMEX), 이트레이드증권, 프라이스라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악셀스프링거(독일) 등의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토리버치, IHS마킷 이사회 멤버기도 하다.
제너럴애틀랜틱은 세계적 면세점 기업인 DFS 창업자 찰스 피니가 기부한 돈을 운용하기 위해 1980년 설립됐다. 이후 외부 자산도 운용하고 있다. 칼라일, 블랙스톤 등 대형 사모펀드가 구사하는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방법) 방식을 쓰지 않고 연 30%대 수익률을 목표로 소비재, 금융서비스, 헬스케어, 기술주 등 4개 전문 분야에서 급성장하는 혁신 기업을 발굴해 장기 투자한다. 페이스북 알리바바(중국) 삭소방크(덴마크)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현재 우버와 에어비앤비, 슬랙, 앤트파이낸셜(중국 알리바바 계열사), 스냅, 버즈피드, 토리버치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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