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민단비 기자] 토종 앱 마켓에 입점한 국내 대표 게임 3사(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게임 수가 해외 앱 마켓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애플 등 해외 앱 마켓은 해외 서비스와 마케팅에 유리한 만큼 국내 게임사들은 이들 앱 마켓에 게임 출시를 우선하고 있다. 토종 앱 마켓 1위인 원스토어는 국내에 한정돼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구글·애플 앱 마켓에 있는 대형 게임, 토종 앱 마켓엔 없다
22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게임 3사는 모바일 게임 53종을 모두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에 출시했지만,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와 갤럭시스토어에는 7종(13%)만 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별로 보면 넥슨은 15종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 원스토어에 3개, 갤럭시스토어에 1개 입점했다. 엔씨소프트는 출시한 11종의 모바일 게임 중 2종을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에 각각 1개씩 출시했다. 넷마블은 원스토어에 1개, 갤럭시스토어에는 게임을 출시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들 게임 3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해외 앱 마켓에 이용 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이 약 3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게임사들은 구글과 애플 (NASDAQ:AAPL) 등 앱 마켓 사업자에게 모바일 게임 매출액의 30%를 인앱결제(in-app)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게임사별로 넷마블은 1조8,590억 원, 엔씨소프트는 1조771억 원, 넥슨은 6,822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은 오늘날 구글과 애플의 국내 앱 마켓 시장 점유율이 88%에 달하는 데에는 게임 3사의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해외 앱 장터를 이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국내 앱 장터에서 게임을 유통시키면 연간 수천억 원의 수수료를 국내 콘텐츠 개발의 종잣돈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KS:036570), 넷마블 등 국내 게임 3사가 구글·애플 등 해외 앱 마켓에 최근 3년 간 3조 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출처=김영식 의원실
구글·애플 앱 마켓이 해외 진출에 유리
게임업계는 해외 진출을 고려하면 구글·애플 앱 마켓을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글·애플에 게임을 출시하면 게임사가 국가별로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구글과 애플의 인기 및 매출 순위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다보니 이들 앱 마켓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앱 마켓이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보니 글로벌 시장에 주력하는 게임사에게는 토종 앱 마켓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구글·애플의 매출·인기 순위는 주요 마케팅 지표로도 쓰여 이들 앱 마켓을 1순위로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앱 마켓의 암묵적인 제재에 대한 우려도 퍼져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국내 게임 개발사들을 상대로 자사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 인기 게임을 독점 출시하도록 강요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OS 시장 불공정행위’ 브리핑을 하면서 “앱마켓 경쟁 제한, 인앱 결제 강제, 광고 시장 관련 등 3건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종 앱 마켓 1위 원스토어, 글로벌 진출해 경쟁력 강화
한국모바일게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앱 마켓별 매출 비중은 구글플레이 63.8%, 애플 앱스토어 24.4%로 두 앱 마켓 사업자 비중은 90%에 달한다. 원스토어는 11.3%, 갤럭시스토어를 포함한 기타 앱 마켓은 0.7% 수준에 그친다.
토종 앱 마켓 1위인 원스토어는 지난 2016년 출범해 해외 앱 마켓에 맞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원스토어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2분기까지 12분기 연속 거래액 성장을 실현했으며, 지난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약 5,500억 원, 매출은 약 1,007억 원을 기록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가 지난달 23일 원스토어를 한국 앱 마켓을 넘어서 '글로벌 멀티OS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출처=원스토어
원스토어는 앱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에 불리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지난달 23일 열린 온라인 비전 발표회에서 “원스토어는 우리나라 앱 마켓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 글로벌 서비스를 출시해 2025년 매출 7,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원스토어의 첫 타겟은 동남아 시장이다. 이재환 대표는 “대만·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7~8개 아시아 국가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동남아시아는 한국 게임이 인기를 끌고 젊은 인구가 많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구글과 애플이 점령한 앱 마켓 시장에서 이 대표가 내세운 차별화 전략은 결제수단 다양화다. 그는 “신용카드나 이동통신사 직접 결제 등 한정된 결제수단만을 제공하는 대형 앱 마켓과 달리 원스토어는 현재 한국에서 10여개의 결제 수단을 지원한다”며 “결제 통합 기술은 원스토어가 독보적이며, 현지 결제 서비스 업체 여러 곳과 논의가 상당히 진전돼 테스트도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앱 마켓에 게임이 많으면 유저가 많이 유입되고, 유저가 많으면 게임이 많이 들어온다”며 “게임이나 앱 중 한국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업체들을 입점시켜 K-콘텐츠의 힘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인지도 부족을 만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