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12일 2900선을 겨우 지켜냈다.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는 와중에 증시를 견인할 강력한 매수 주체마저 실종된 모양새다.
이날 코스피는 1.35% 하락한 2916.38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901.51까지 급락해 2900선 붕괴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7일을 제외하고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반도체 등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와 중국 전력난까지 대내외 불안 요소가 끊이지 않아서다.
지수를 떠받칠 매수 주체도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에서 1조98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올해 4월 이후 5개월 만에 월간 순매수세를 보였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12일까지 코스피에서만 1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날 원·환율이 장중 1200원을 돌파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외국인 매물이 삼성전자 (KS:005930), SK하이닉스 (KS:000660), NAVER, 카카오 (KS:035720)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에 집중돼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환 손실 우려에 외국인 주식 매도를 부추기고 외국인 매도세는 다시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올해 들어 매달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연기금은 이날 490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9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의 '실탄'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일 '빚투(빚+투자)'에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지수가 꺾이자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반대매매는 일종의 강제 손절이다. 개인투자자가 단기로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건데 담보로 잡힌 주식 가격이 떨어져 일정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8일까지 반대매매 규모는 1482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총 반대매매 금액(3259억원)의 3분의 1이 넘는다. 올 들어 총 3조9666억원으로 작년(3조9215억원) 기록을 이미 뛰어넘었다.
여기에 차액결제거래(CFD)에 따른 반대매매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CFD는 개인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증권사를 통해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의 차액만 결제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다. CFD 역시 증거금률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코스피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22조3384억원이었으나 지난달 2조7429억원으로 급감했다. 코스피 거래대금(매수 기준)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67.44%에서 61.03%로 줄었다.
올해 6월 하반기 투자전략 리포트를 내며 코스피 지수가 27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고했던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는 섣불리 바닥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등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만약 FOMC 회의록에 코로나19에 대한 경기회복경로의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언급이 포함된다면 테이퍼링, 금리인상 가속 전망이 힘을 얻으며 자산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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