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맨 오른쪽)이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코로나19가 끝나고 경제가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삶의 질까지 회복될 수 있을까요?”
지난달 12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는 걱정 섞인 대화가 오갔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KS:036570)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이인용 삼성전자 (KS:005930)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정기옥 LSC푸드 회장 등 17명의 회장단이 모인 자리였다. 이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난제를 풀려면 정부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어떻게’였다.
○최태원호 상의 첫 프로젝트대한상의는 국가 발전 아이디어를 뽑는 대국민 오디션을 연다고 7일 발표했다. 회장단 회의의 화두였던 ‘어떻게’를 찾기 위해서다. 경제계에선 오디션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를 맡은 뒤 진행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라는 의미도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계에서는 포스트코로나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끼리 논의할 것이 아니라 집단 지성을 발휘하자는 의견에 회장단 대부분이 적극 동의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00일을 맞은 최 회장은 “소통을 통해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이루려는 포부”라고 밝혔다. 이어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다”며 “민간의 활력이 국가 경제에 ‘부스터’ 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타 기업가가 내 아이디어 키워준다대한민국을 발전시킬 만한 아이디어는 무엇이든 공모전에 낼 수 있다. 자격 제한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된다. 정치보다는 경제·사회적 아이디어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 상의 측 설명이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해서다.
공모전 절차는 ‘슈퍼스타K’와 같은 가수 오디션과 비슷하다. A4 용지 1~2장 분량의 제안서나 영상을 통해 제안 이유, 사업 개요, 기대 효과 등을 공모전 홈페이지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접수 마감은 9월 24일이다. 대한상의 외부 자문단이 1단계 서류 심사를 맡는다.
2단계는 최고경영자(CEO) 멘토링이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아이디어 중 비슷한 것들을 골라 팀으로 꾸리는 게 첫 번째 단계다. 팀의 멘토로는 상의 회장단에 참여한 CEO들이 투입된다. 김택진 팀, 김범수 팀, 이한주 팀으로 나눠 겨루는 식이다. 멘토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조언해줄 계획이다.
두각을 드러낸 아이디어 10개가 3단계로 올라간다. 10여 명의 심사위원과 국민이 10개 팀의 순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대상 한 팀에 1억원을 수여하는 등 총 2억29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수상팀은 대상을 포함해 총 10개를 뽑는다. 순위 결정을 어떻게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이번 공모전을 방송사와 협의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관인 대한상의가 소비자, 투자자, 노동자, 정부, 국회까지 아우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며 “기업이나 경제단체의 사회적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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