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11월16일 (로이터) -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감산합의에 참여한 산유국들)와의 합동 감산에 더 이상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러시아 고위 소식통 2명이 1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밝혔다.
원유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및 미국의 산유량이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커졌다. 이에 따라 OPEC은 증산을 결정한지 수개월 만에 다시 감산정책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산유량이 제한돼야 하는지 여부에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글로벌 원유시장 상황을 논의했다고만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정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의 단어가 모두 중요하다"라면서도 "(OPEC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우리는 협조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번주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비롯한 OPEC 산유국들이 감산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압박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입장에서 유가가 배럴당 약 70달러 수준에 머무는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최근 나타난 유가 급락은 원유시장을 놀라게 했다. 브렌트유는 10월 초 배럴당 86달러까지 오르며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배럴당 66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몇주 전만 하더라도 일부 트레이딩 업체들은 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도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산유량이 줄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과거에 감산을 단행했지만, 이는 올바른 제도적 접근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수년 동안 러시아의 산유량은 증가해왔다. 매년 일평균 10만배럴씩 늘어왔으며, 향후에도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주 앞서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은 OPEC+가 일평균 140만배럴 감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는 해당 조치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정책에 밝은 또다른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는 다른 산유국들의 조치에 따른 소폭 감산을 지지할 수도 있다.
이 소식통은 "일평균 140만배럴보다는 100만배럴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가 감산을 단행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일평균 20만~30만배럴 증산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러시아의 산유량은 일평균 1141만배럴이었다.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최대치다. 이를 놓고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러시아의 감산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기도 했다.
러시아의 10월 산유량은 OPEC+ 감산합의에 따라 설정된 기준인 일평균 1094만7000배럴보다 약 46만배럴 많은 수준이다.
두번째 소식통은 러시아가 산유량을 10월 기록에서 소폭 줄이면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러시아가 감산하지 않는 대신 산유량을 늘리지 않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은 지난해 초부터 감산 정책을 이어왔다. 이후 저유가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넣자, 6월에는 감산합의 일부를 되돌렸다.
OPEC+ 산유국들은 오는 12월 첫째주에 회의를 열어 추가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이고르 세친의 발언도 러시아 감산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세친은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전일 세친 대표는 감산 필요성과 관련된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신 그는 미국의 이란제재에 따른 초기 불확실성에 따라 유가가 압박을 받았고, 이란은 미국이 원유수출제재 예외를 허용해 수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급락세를 보이던 브렌트유가 전일 반등하자, 그는 "(유가는) 이미 상승하고 있다"라며 "유가에 영향력을 미치는 불확실성은 대부분 이란에 기인했다. 현재 모든 것이 조정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산유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로스네프트는 내년 액체 탄화수소 생산량을 3분기 기록인 일평균 473만배럴에서 480만~490만배럴(총 2억4100만톤)로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다른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가즈프롬 네프트는 산유량을 올해 일평균 2~3만배럴 늘리고, 내년에는 일평균 5만배럴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석유업체 루코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대표는 감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이번주 드러낸 바 있다.
미국 산유량의 증가세는 OPEC+가 골머리를 앓는 요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이달 발표에 따르면, 내년 미국의 산유량은 일평균 1206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셰일오일 공급 급증에 따라 미국의 산유량은 일평균 1200만배럴선을 예상보다 일찍 상향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산유량은 조만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번 감산합의 당시 러시아 석유업체들은 해당 조치를 반대했었지만,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이 사안에 관한 로이터의 답변 요청에 아직 응하지 않았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