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2일 오후 4시10분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방산업체 LIG넥스원 지분 49%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2012년 8월이다. LIG그룹은 2006년 인수한 건설회사 건영(당시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우량 자회사인 LIG넥스원 지분 매각에 나섰다.
당시 LIG그룹은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오너 경영진이 구속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다. 스틱 컨소시엄에 관심을 보이던 재무적 투자자(FI) 중 상당수가 돌아섰다. 하지만 스틱은 위기는 오히려 투자 수익률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틱은 2013년 2월 하나금융투자, KB자산운용, 대신증권, KTB PE 등을 모아 LIG넥스원 지분 49%를 4200억원에 사들였다.
투명성 높여 영업이익률 개선
스틱은 LIG넥스원 지분 인수 후 감사위원회부터 설치했다. 투명하지 않게 돈이 새나가는 것만 막아도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3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 중 2명을 스틱 컨소시엄이 지명했다. 감사위원장은 김창진 당시 스틱 상무가 맡았다. 이후 LIG넥스원이 특수관계인과 해오던 거래 중 적절하지 않은 거래는 모두 끊었다. 인사 제도도 투명하게 고쳤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효율을 걷어내자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3년 4.3%이던 영업이익률이 2015년에는 5.9%로 높아졌다. 경영지표가 개선되자 스틱은 약속대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회수에 나섰다. 계약 당시 스틱과 LIG는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연 6.5%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보장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컨소시엄이 원하면 회사를 통째로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 조항도 넣었다.
국내 순수 방산업체 첫 IPO
LIG넥스원은 2015년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였다. 순수 방산업체로는 국내 첫 상장이라는 점에서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스틱 컨소시엄은 1년 전부터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준비했다.
IPO는 성공적이었다. LIG넥스원은 2015년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스틱은 상장 후 2017년 3월까지 몇 차례에 걸친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2013년 1500억원을 투입한 스틱은 4년여 만에 3210억원을 벌어들여 2.14배의 투자 수익과 30.9%의 연간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
곽동걸 스틱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딜을 완주하면서 동반매도청구권 등 다운사이드(투자손실) 보호 조항을 확보한 게 성공의 열쇠였다”며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십분 활용해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구축한 것도 IPO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잇단 특수상황 투자 성공
스틱의 LIG넥스원 투자는 전형적인 ‘특수상황’ 투자다. 유동성 위기, 지배구조 개편 등 특수한 상황에 처한 대기업의 문제 해결을 도우면서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2013년 스틱의 동부팜한농 투자도 마찬가지다. 스틱 컨소시엄은 2013년 9월 35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사들여 동부팜한농 지분 50.1%를 확보한 뒤 경영은 동부그룹에 맡겼다. 하지만 2015년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우량했던 동부팜한농까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일부 은행과 캐피털사는 대출 회수에 나서기도 했다.
스틱 컨소시엄은 경영진을 설득해 동부팜한농을 동부그룹에서 계열분리했다. 이후 동부청과, 화공사업부 등 비핵심 사업과 유휴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했다. 그 덕분에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대출도 연장됐다. 스틱은 애초 계획한 IPO를 통한 투자 회수는 어렵다고 보고 2016년 1월 LG화학에 동부팜한동을 매각해 투자 회수에 성공했다.
특수상황 투자로 성공 경험을 쌓은 스틱은 2016년 6032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추에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이미 펀드 투자금의 93%를 소진했다. 곽 대표는 “국내 대기업의 선제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특수상황 투자가 유망한 투자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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