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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이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혹한기’ 전략

입력: 2023- 05- 09- 오후 03:00
© Reuters.  “버티면, 이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혹한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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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KS:005930) HBM3 제품. 출처= 삼성전자

지난 1분기 나란히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이후로 전망되는 반도체 업황 회복 전까지 버티는 ‘혹한기 경영’에 돌입했다. 두 기업은 효율적 경영을 통한 비용절감과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움직임을 시작했다. 

최악의 1분기 실적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3조75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2022년 1분기의 실적이 매출 77조7800억원, 영업이익 14조12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 1개 사업부문에서만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출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상황은 어떤 면에서 삼성전자보다 더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5조900억원, 영업손실 3조4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생활가전·스마트디바이스·전장·통신네트워크 등 반도체발 악재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반도체만을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에게 글로벌 업황 악화는 더욱 뼈아팠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2분기의 실적도 1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분위기 반등 시점은 빨라도 3분기 이후일 것이며, 그 이전까지는 업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요소가 없다는 관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2023년 2분기 삼성전자는 2700억원, SK하이닉스는 –3조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SK하이닉스 (KS:000660)

버티기 전략 돌입

SK하이닉스는 투자비용의 효율적 관리를 추구한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SK하이닉스는 “전사 차원의 설비투자와 운영비용 효율성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설비투자도 중요하지만, 현재 대내외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환경을 고려하는 보수적 관점의 투자 전략이다.  

같은 맥락으로 SK하이닉스는 임직원들의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침체된 회사의 분위기에 모두가 동요하지 않도록 임직원들에게 개인적으로 리프레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임직원들에게 복지 포인트를 지급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잔여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비용을 줄여 지출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착수했다. 우선 각 업무공간에서 사용되는 복사용지 등 소모성 사무용품의 비용을 50% 줄인 데 이어, 임직원들의 해외출장도 50% 가까이 줄였다. 각 사업 부문별 비용 관리에서 효율성을 강화해 필요 이상으로 운영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긍정적 시그널과 기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상 경영에는 “곧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제돼 있다. 당장의 어려운 시기를 버티면서 다시 찾아올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분위기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긍정적 시그널들은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리포트에서 “메모리반도체의 재고는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면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PC 판매 증가, 스마트폰 수요 증가 등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변화를 감지한 고객사들의 부품 주문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다운사이클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줄곧 상위 입지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점유율을 감안하면 과거의 비슷한 사례 대비 업황 회복기의 탄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올해 하반기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 적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KS:000660)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 D램. 출처= 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법의 일시적 규제 완화와 관련된 소식들도 들려온다. 영국의 비즈니스 미디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중국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시적 수출 규제 유예 조치를 1년 연장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0월로 만료되는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조치가 연장되면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소 2024년 하반기까지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두 기업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첨단기술 영역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의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BM은 기존 메모리 대비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와 고성능 컴퓨팅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구현의 필수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HBM3P’의 새 상표인 ‘스노우볼트(SNOWBOLT)’를 출원 등록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24GB HBM3를 개발한 후 다음 세대 제품인 ‘HBM3E’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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