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신한·KB·하나·우리, 잘키운 기업 해외진출 돕는다
② 신한라이프·미래에셋·한화, 베트남 MZ세대 정조준
③ "베트남 주린이 잡아라" 증권사, 디지털 인프라 강화 속도[소박스]
국내 증권사들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 진출에 열을 올리면서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십 수년 전부터 베트남시장에 진출해 대형 증권사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후발주자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베트남 핀테크 업체들과 손잡고 빠르게 현지 시장에 침투하고 있으며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새로운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홈트레이딩시스템(HTS)·웹트레이딩시스템(WTS) 등을 도입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을 공략하고 있다.
MTS가 특화되지 않은 현지 사정을 반영해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비즈니스 역량과 기술, 노하우를 연계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 플랫폼 구축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미래에셋·한국투자, 베트남 '최초' 기록 경쟁
국내에서 1, 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미래에셋증권은 온라인 계좌개설, 비대면 마케팅 등 신속한 디지털 전환으로 현지 최상위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베트남 국내외 투자자를 위한 MTS와 HTS, WTS 등 투자 채널을 만들고 외국계 기관의 주문전용선(DMA)도 구축했다. 여기에 위탁매매 강화와 함께 기업금융(IB), 자기자본투자(PI) 등 비즈니스 영역도 확대하면서 종합증권사로서의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5년까지 현지 '톱3' 증권사 도약을 목표로 현지 영향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7월 해외 첫 출장으로 베트남을 선택해 주요 기업·기관들과 직접 만나며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2010년 현지 법인 'KIS베트남'을 설립하며 현지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한국투자증권은 외국계 증권사 최초 상장지수펀드(ETF) 지정참가회사(AP)·유동성공급자(LP) 업무 자격 취득, 업계 최초 한국계 기관 대상 해외선물 중개 플랫폼 구축 등 '최초'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현재 베트남 현지법인의 비대면 서비스 지원을 위해 해외 MTS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KB증권·NH투자, 핀테크사 손잡고 '디지털 비즈니스' 박차
KB 피나 앱을 통해 주식 투자 AI 로보어드바이저, 적립형 리워드 만보기, 오늘의 운세, KB증권 베트남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117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KB 피나는 기존 콘텐츠 외에도 베트남 현지은행 계좌개설 연계, 모바일 신용카드 비대면 발급 서비스 제공, 펀드 및 보험 상품 중개 등의 금융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베트남 대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부터 현지 최고의 디지털 증권사를 목표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전용 스튜디오 '88TV Studio'를 개설해 실시간 증권상담방송, 시황분석, 종목추천 등 다양한 디지털 컨텐츠를 제작 및 배포하고 있으며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신규 MTS 앱을 개발 중이다.
NH투자증권은 베트남 핀테크 금융사와 손잡고 국내에서 오랜 기간 쌓은 IT 서비스와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운영 노하우를 현지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베트남 최대 인터넷은행 플랫폼인 티모(Timo)와 협력해 지점 방문 없이 NH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의 증권계좌 개설이 가능한 '100% 모바일 기반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선보였다.
티모는 약 40만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최초의 인터넷은행 플랫폼이다. 현지 은행·보험·자산운용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티모 고객과 관계사를 대상으로 뮤추얼 펀드 판매, 자산관리 서비스 등 종합증권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투자·한화투자, HTS·MTS 잇따라 출시… 하나증권도 '도전장'
주식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를 위해 모의투자 앱 '스톡(Stock)123'과 MTS '알파 트레이딩(Alpha Trading)',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e-KYC(전자신원확인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IDG(International Data Group)와 베트남 증권협회 VASB(Vietnam Association of Securities Business)가 주관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 포럼에서 '2021년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혁신 어플리케이션'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출시한 MTS·HTS '신한알파(shinhanAlpha)VN'도 현지 MZ세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은 2020년 5월부터 리테일 주식거래 플랫폼을 정비하고 고객층을 분석하는 등 베트남 리테일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신한투자증권 베트남 해외법인의 신규 계좌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4만5000개를 돌파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베트남의 증권거래 인구는 아직 전체 인구의 3% 수준이지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들의 주식시장 확대로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신한투자증권은 이를 감안해 베트남 MZ 투자자를 위한 온라인 MTS·HTS 시스템을 새롭게 론칭하고 고객을 위한 투자 정보 서비스 콘텐츠를 확대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차별적인 마케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이달 초 BSC증권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채널 공략에 뛰어들었다. 하나증권은 약 3400만명 규모의 베트남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나증권의 디지털 비즈니스 역량을 활용해 원큐스탁(1Q Stock)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향후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분위기"라며 "현지에서의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 등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가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