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클릭아트
[인포스탁데일리=이연우 선임기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러시아 금융시장은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와 증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보다 상승해 제재 효과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루블화 가치는 54.28루블/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일인 2월 24일보다 35.6% 절상됐다. 지난해말 대비로도 약 28% 절상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로 전세계 대다수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음을 고려하면 달러 대비 큰 폭의 강세를 기록중인 통화는 루블화가 유일하다"며 "러시아 외화표시 국채가 1918년 볼셰비키 혁명이후 처음으로 디폴트에 빠졌지만 루블화 가치는 전혀 반응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러시아 디폴트가 상환능력 부족보다는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루블화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여타 디폴트와 달리 제재 완화시 상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러시아 디폴트가 러시아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아직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러시아 주식시장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폭락과 함께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6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지수는 폭락 직전 주가 지수였던 2월 23일보다 17.5%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여타 금융시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큰 동요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러시아 금융시장이 의외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외국인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측면도 있지만 러시아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서 보이듯 러시아 경제가 우려와 달리,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원유 수출 호조 등으로 1~5월 러시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10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2억 달러의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 허점 노출과 함께 러시아보다 서방에 유가 급등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G7 정상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섰다"며 "잇따른 제재와 미국 주도의 러시아 국채 디폴트 이벤트가 시간을 두고 러시아 경제에는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번 추가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당장 치명적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발 에너지 리스크 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가 더욱 커다란 골치거리"라고 덧붙였다.
이연우 선임기자 infostock883@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