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5월10일 (로이터) - 지난해 12월만 해도 2017년을 앞두고 글로벌 정치경제 리스크에 베팅한 대형 투자자들은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이로 인해 유로화의 존속이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6개월이 흐르고 유럽에서 두 차례 선거가 치러졌으며 별다른 이변이 펼쳐질 것 같지 않은 독일 9월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정치경제 리스크는 거의 사라졌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사전 여론조사 결과대로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파 자유당을 누르고 압승한 데 이어, 5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을 제치고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6주 전만 해도 독일 사민당에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당수로 영입되면서 밀리나 싶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보수연정이 지난 주말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을 6~8포인트 앞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혹여 슐츠 당수가 정권을 잡는다 해도 부채와 지출을 늘리는 것 외에는 큰 정책 변화를 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출 확대는 과거 10년 동안 각국이 독일에 바라던 바다.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지지율은 5%로 낮아졌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인베스터스의 유럽거시전략 담당자인 티모시 그라프는 "올해에는 유럽의 정치 리스크가 확실히 끝났다. 유로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의 주식전략팀에 따르면, 올해 유럽 증시의 리스크 프리미엄 오름폭인 6%의 절반을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프랑스 선거 이후 상황이 일변했으며, 특히 마크롱의 당선은 투자자, 기업, 정책입안자들의 결정에 '정치적 핸드브레이크'를 풀어준 셈이 됐다.
씨티은행은 "정치 리스크가 낮아져 투자위험프리미엄(ERP)이 낮아졌다. 강력한 위험 회피 추세는 모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대선이 끝난 이튿날 나타난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시장참여자들이 벌써 수 주 전부터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중국, 상품 가격, 미국과 유럽의 내년 통화정책 등의 이슈로 관심을 옮겨갔음을 반영했다.
지난달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마크롱이 극우파와 극좌파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유로는 미달러 대비 약 6개월래 고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결선 투표 이튿날인 이번 주 월요일에 유로 환율은 잠잠했다.
유럽 증시에서도 오히려 차익실현 매도세가 출회돼 주요 지수가 0.5% 가량 하락했다.
M&G인베스트먼츠의 거시펀드매니저인 스티븐 앤드류는 "유럽 정치 상황이 중요한 변화를 거쳤다. 유럽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반드시 반 유럽연합(EU)이나 골수 국수주의로 표출되지는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매력적인 유로존 증시는 향후 투자 수익이 짭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