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봄 이사철을 맞아 수도권 전세시장이 다시금 술렁이고 있다. 최근 설 연휴를 앞두고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가격이 조정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달말을 분기점으로 전세가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4 주택 공급 대책이 발표되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나고 입주 물량은 감소하는 가운데, 뚜렷한 전세값 하락 요인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1월부터 매물 늘어, 세입자들 "전세 보단 매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5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첫째 주 158.9를 기록했다. 기준선을 100으로 전세 물량의 수급 균형을 나타내는 이 지수는 지난해 5월 셋째 주 158.9로 집계된 이후, 6.17 대책과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한달 간격으로 발표되면서 160선을 넘어선 뒤 10월 셋째 주 195.2까지 상승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말을 기점으로 임대차2법 시행 직전 수준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비수기인 겨울철을 맞이한데다가, 지난주 설 연휴 기간이 겹치면서 "전세 문의가 뜸했다"고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또한 전세 거래가 활발했던 재작년 이 시기 체결됐던 전세계약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갱신되는 가운데, 불안해진 세입자들의 전세 수요가 매수 시장으로 유입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공인중개소는 "1월부터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고, 낮은 가격부터 빠지고 있다"면서 "전세 계약의 절반 정도가 계약갱신이었다"고 전했다. 호가가 내리는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되면서 신규 전세 계약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송파구의 잠실엘스 전용 85㎡의 경우 전세 시세가 연초 14억원에서 소폭 내리며 12억5000만~13억원에 형성돼 있다. 또한 계약갱신청구가 이뤄지면서 이달 거래된 8건 중 5건은 최근 호가가 아닌 2년전 시세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 매물이 전세값 하락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공인중개소는 "입주가 빠를수록 가격을 맞추기 좋다"고 덧붙였다.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내놓은 물건의 경우,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전에 세입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 협상을 하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에서는 그간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매수로 전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 부천 중동의 중개업자는 "20평대 매매와 30평대 전세의 가격차이가 1~2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전세 계약갱신을 해도 2년 후면 쫓겨날 수 있으니 실거주 하고 싶어 집을 찾는다는 문의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거주할 수 있는 물건은 많지 않고, 매도하는 집이 10개라면 절반 이상은 세입자가 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 전세값이 급등했던 서울의 대표 학군지인 양천구 목동 또한 전세값이 일시적으로 내리고 있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학군지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성수기가 지나 현재는 수요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목동 신시가지3단지 전용 95㎡는 지난해 12월 11억원에 거래된 뒤 이후 현재 중개매물이 9억5000만~10억원에 나와 있다. 목동의 중개업자는 "30평대 매물은 많지 않다"면서도 "호가가 너무 오르니 매물이 조금씩 쌓이는 편"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학군 중심지인 대치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77㎡는 지난달 15일 1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상당 오른 가격이지만, 현재 매물은 8억5000만원 안팎에서 나오는 중이다. 대치동 중개업자는 "이사는 작년 연말부터 1월에 많았다"면서 "2월말 입학에 맞춰서 이사하려는 것으로, 3월 넘어서는 초등학교 새학기 배정이 끝난다"고 전했다.
주춤해도 전세값은 우상향 "연휴 이후 거래 늘 것"
다만 전문가들은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봄 이사철을 기점으로 전세값이 다시금 오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오는 7월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지난 4일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하 2.4 공급 대책)을 발표한 상태다. 주택 공급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특별공급 기회를 유지하고 청약 가점을 높이고자 하는 청약 대기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세 세입자들이 옮겨갈 새 아파트 입주물량 또한 내달 감소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월 2081가구로 감소한 뒤 4월에는 1050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로 보면 총 1만60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아파트 전세의 경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여 연구원은 "지금 공공주택 공급 시그널이 계속되고 있어 전세로 청약을 대기하려는 수요가 있고, 봄 이사철을 맞아서 움직이는 수요자들이 있다"면서 "연휴 뒤에는 전세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그 거래가 이뤄지면 가격도 지금도 물론 상승세이기는 하지만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세 시장은 크게 하락할 요인이 없고, 입주 물량 자체도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다"면서 "입주하는 아파트에도 집주인들이 들어가서 사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실질적으로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전세 물량이 예전만큼 나오기 어려워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