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지난 1월 7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한정판 플레이모빌(레고 같은 어린이용 장난감)을 팔고 있다. 음료 한 잔과 함께 개당 1만2000원에 판매했다. 전국 1500여 개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1인당 3개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30~40분 만에 대부분 동났다. 이 장난감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인기 품목이다. 개당 1만2000원짜리가 6만~7만원에 거래된다. 8종 풀세트는 발매가(9만6000원)보다 5배 비싼 5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굿즈 마케팅이 업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내놓는 굿즈마다 품절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다이어리부터 돗자리, 가방, 키링, 카드지갑 등 품절 아이템이 많다. 연 매출 1조8000억원 중 10%가 이런 굿즈에서 발생한다. “스타벅스는 굿즈 마케팅 회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누가 이런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을까. 15명의 여성으로 이뤄진 스타벅스 마케팅팀을 9일 만났다. ○“뻔한 일상 속에 답이 있다”
스타벅스 마케팅팀은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100% 여성으로 구성된 팀이다. 최희정 팀장이 이끌고 있다. 최 팀장은 대박 행진의 비결에 대해 “누군가의 여자친구,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고 있는 여성의 눈으로 이웃을 잘 관찰하는 일상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바리스타 출신 파트장부터 경력직 마케팅 전문가까지 다양한 경력자들이 모여 매달 아이디어 회의를 연다. 이들은 주말이면 아파트 단지와 전국 여행지, 쇼핑몰, SNS 등을 탐험하며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코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세심하고 꼼꼼한 아이디어는 매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8년 5월 피크닉용 매트 프로모션 때는 전국 스타벅스를 찾아 헤매는 ‘매트 원정대’까지 생겼다. 지난해 여름엔 ‘서머 레디백’ 소형 캐리어가 품절 대란을 빚었다. 이 가방을 구하기 위해 어느 손님은 음료 300잔을 시킨 뒤 버리고 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는 지점들을 잘 관찰하면 지금 우리 이웃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내 삶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드는 브랜드, 친구 같은 브랜드라고 여길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이현미 브랜드전략파트장) ○다이어리 마케팅이 시초 2018년 12월 세계적 색채전문기업 팬톤과 협업한 플래너
모든 것의 시작은 2003년 스타벅스 다이어리 프로모션이었다. 10월 말부터 12월까지 약 9주간 17잔의 커피를 마시면 플래너를 증정하는 행사였다. ‘겨울을 알리는 이벤트’로 자리 잡으며 매년 어떤 디자인이 새로 나올지가 업계의 최대 이슈가 됐다. 최 팀장은 “플래너를 사용하며 1년간 스타벅스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며 “연초에 내년 플래너를 기획하기 때문에 1년을 앞당겨 미리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17잔의 음료를 마셨을 때 사은품 증정 자격을 주는 것도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 1주일에 평균 두 번 방문한다는 빅데이터가 근거가 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 10월 말부터 12월까지 2개월간 17번 정도 방문한다는 것을 고려했다. ○50여 개 업체와 협업스타벅스는 다이어리 제작 과정에서 협업도 많이 했다. 2014년부터 이탈리아 플래너의 명가 ‘몰스킨’과 손잡고 플래너를 제작해왔고, 세계적 색채 전문기업 ‘팬톤’(2017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10꼬르소꼬모’(2018년) 등과 협업하기도 했다. 스타벅스가 지금까지 굿즈 마케팅을 위해 협업한 회사는 50개를 넘는다.
스타벅스 마케팅팀 관계자들은 “늘 지금 하고 있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에 상처받기도, 기뻐하기도 한다. 그러나 SNS 등에 오래전 프로모션한 굿즈 등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올라올 때면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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