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1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신혼희망타운을 둘러싸고 예비청약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는 신혼희망타운이 '고분양가'라고 주장하는 글을 포함, "신혼희망타운 소득 요건 완화를 요청한다", "자녀 나이의 자격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달에만 수 건이 등록된 상태다. 대출 규제와 집값 상승으로 공공주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는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난 4일 한 예비청약자는 게시판을 통해 "수원 당수지구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가 너무 비싼 것 같아 당황했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근처 매물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는 아니라고 느껴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그는 "주택청약, 그리고 새로 나온 정책인 신혼희망타운에 정말로 큰 희망과 꿈을 걸고 있었다"면서 "돈이 없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청약 신청을 받은 수원 권선구 당수 A-3·4블록의 분양가는 전용 55㎡ 기준 3억5000만원선으로 책정됐다. 단지가 들어선 당수동 일대 아파트값은 전용 85㎡이 최고 3억7900만원에 거래됐고, 옆동네인 입북동의 대형 브랜드 아파트 또한 전용 60㎡가 최근 3억8000원 안팎에서 거래된 상태다.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인근 시세보다 낮다고 보긴 어려운 가격이다.
반면 경기 성남에 들어서는 '위례자이 더시티'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되는 이 단지의 전용면적 46~59㎡ 주택형의 분양가는 4억5000만~5억56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오는 18일 청약 접수를 시작하는 이 단지는 민간건설의 브랜드가 적용된 첫 신혼희망타운으로, 수요자들의 관심도가 높다.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 인근 아파트의 시세보다 수억원 상당 저렴한 아파트로 평가를 받으면서다. 실제 신혼희망타운과는 별도로 12일 진행된 일반분양의 1순위 청약에는 74가구 모집에 4만5700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617.1대 1을 기록했다. 중개업자는 "인근 아파트의 시세가 평당 3900만원 수준이라면, 이 단지는 2250만원 정도"라고 평했다.
상황이 이렇자 신혼희망타운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양가에 대한 일관된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가는 기본적으로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해 책정하는데, 건축비는 대부분 비슷해 택지비 가격 측정 때문에 가격이 결정된다"면서도 "공공분양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택지비를 가상해서 분양가를 하더라도,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대출 70%, 금리 1.2% 지원해도 "특공은 한 번뿐"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들에게 맞춤형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나온 제도다. 전용면적 60㎡이하의 주택을 공급하며, 연 1.2%의 수준의 고정금리로 집값의 70%, 한도 4억원까지를 지원한다. 가계대출의 가중평균금리가 연 2.5%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낮은 금리다.
그럼에도 청약경쟁률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규제지역이 확대되면서 수요자들의 자금 여력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청약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온 공급책이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과천지식정보타운 S-3·7(14대1, 16대1)과 고양지축 A-2블록(14대1) 등은 모두 인근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로 꼽힌다. 단 신혼부부희망타운의 경우 분양가가 자산 기준가인 3억30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신혼희망타운의 입주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청약 경쟁률이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입주를 위해서는 결혼한 지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가족, 또는 예비신혼부부여야 한다. 또한 외벌이 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의 120%(3인 가국 기준 월666만원) 이하여야 한다. 부동산을 포함한 총 자산가액도 3억300만원 이하여야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작은 주택형이 실수요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한 누리꾼은 "신혼희망타운에 들어갈 사람들은 오래 거주할 사람들인데, 자식 낳을 사람은 대부분 전용면적 70㎡ 이상을 많이 원한다"면서 " 한 번뿐인 특별공급 기회를 써도 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 청약홈(LH)에 따르면 충남 아산탕정 2-A6블록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340가구 모집에 232가구가 몰리며 경쟁률이 0.682:1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비교적 면적이 넓은 59㎡A형과 C형은 각각 1.19대 1, 2.7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55㎡ 주택형은 모두 미달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정부는 전국에 신혼희망타운을 오는 2022년까지 총 15만호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