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지난해 판매량이 2019년에 비해 12.4%(98만4000여 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해외 판매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심각한 생산 차질을 겪었던 해외 완성차업체들이 생산을 정상화하면서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작년 374만3514대를 판매했다고 4일 발표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15.4% 줄었다. 해외 판매가 곤두박질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판매는 295만5660대로, 19.8% 감소했다. 2009년 이후 가장 판매량이 적었다.
그나마 국내 판매가 늘어 전체 실적 감소폭을 줄였다. 국내 판매는 78만7854대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2002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랜저(14만5463대)가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내수를 이끌었다. 제네시스(G70, G80, G90, GV80) 역시 처음으로 10만 대를 돌파했다.
기아차의 지난해 판매량은 260만7337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9% 줄었다. 기아차 역시 해외 판매가 부진했다. 해외 판매는 205만4937대로, 전년보다 8.7% 줄었다. 2011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다만 내수가 전체 하락폭을 줄였다. 기아차 국내 판매는 6.2% 증가한 55만2400대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K5 등 K시리즈가 15만 대 넘게 팔리며 기록을 새로 썼다. 쏘렌토(8만2275대)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GM(-11.7%), 르노삼성(-34.5%), 쌍용차(-20.6%) 등의 판매 실적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줄어 타격이 더 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전 세계에서 708만2000대를 판매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 416만 대, 기아차 292만2000대 등이다. 지난해 판매 실적 대비 11.5% 증가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 3종을 차례로 출시한다. 북미 시장에선 투싼, 카니발, 스포티지 등 SUV를 앞세워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강화되는 이산화탄소 규제에 맞춰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한다. 중국에선 브랜드 혁신을 통해 판매를 늘릴 방침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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