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암호화폐 시장은 작년의 긴 침묵을 깨고 되살아나는 저력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이 일으킨 혼란 속에 '안전자산' 신예로 떠오르며 새로운 잠재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경제 대국 수장부터 세계적인 대기업까지, 2019년 살아난 암호화폐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인물들을 토큰포스트가 선정했다.
시진핑 & 트럼프 올 한 해 미국과 중국은 관세전쟁, 환율전쟁을 확대하며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간접적으로 암호화폐의 안전자산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두 양국 정상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직접 거론하며 무시할 수 없게 된 산업의 영향력도 확인시켜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여름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 수장이 관련 발언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암호화폐를 전 세계의 주요 관심사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지난 10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공언했다. 상승 흐름이 둔화됐었던 당시 암호화폐 시장과 중국 블록체인 테마주가 일제히 급등했으며,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불씨가 됐다.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 올해 6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의 시장진입으로 암호화폐 산업은 전 세계 정부와 규제기관의 관심 영역으로 들어갔다. 데이비드 마커스는 페이스북이 비밀리에 추진했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를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현재 페이스북 산하 암호화폐 지갑업체 '칼리브라(Calibra)'의 대표로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페이스북의 대안화폐 발행이 금융 안정성과 통화주권을 위협한다는 각국의 우려와 규제 압력을 속에서도 리브라 출시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켈리 뢰플러(Kelly Loeffler) 비트코인 선물 플랫폼 ‘백트(Bakkt)’의 CEO로 발표 단계였던 지난해 8월부터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높은 규제 장벽을 넘어 '미국 최초의 실물 인도 비트코인 선물'이라는 미션을 완수해냈다. 이달초에는 선물 상품을 기초로 하는 비트코인 옵션 상품, 현금 결제 비트코인 선물까지 연달아 내놓으면서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을 크게 확장시켰다. 내년 1월에는 암호화폐 업체 경영진 최초로 미국 상원의회 입성을 앞두고 있다. 백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규제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잭 도시(Jack Dorsey)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비트코인 예찬론자다. 트위터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명 핀테크 기업 스퀘어도 경영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인터넷에서 사용될 단일 통화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분산형 소셜미디어 표준 개발, 스퀘어 캐시앱 암호화폐 지원 등,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실제적으로 접목하며 산업의 미래를 손수 만들어가고 있다.
케이틀린 롱(Caitlin Long) 케이틀린 롱은 미국 와이오밍주 블록체인 태스크포스의 수장으로 암호화폐 산업에 가장 친화적인 입법 환경을 조성해왔다. 산업육성법,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은행’ 맞춤형 커스터디 사업 규정 등, 관련 법안을 마련해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유입될 수 있도록 산업 토양을 개척하고 있다. 22년 경력의 월스트리트 베테랑으로 암호화폐 산업과 기존 금융 산업을 연결하고 있다.
앤드류 양(Andrew Yang)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44세 대만계 기업인이다. 차별화된 선거공약과 패기로 당내 유력 후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 수립,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투표 시행 등 유일하게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경제 비전이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비전과 일치한다면서, 모든 사람에게 월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최우선 공약 '기본소득제(UBI)'에 ‘비트코인’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스틴 선(Justin Sun) 시가총액 기준 12위 암호화폐 트론의 창시자로 올해 이베이가 진행한 '워런 버핏과의 자선 오찬' 경매에 역대 최고가인 456만 달러(약 54억 원)로 낙찰됐다. 암호화폐 업계 유명 인사들을 모아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를 대면할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건강상의 문제를 내세워 만남은 불발로 끝났다. 오찬 연기가 중국의 ‘출국금지’ 조치 때문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 “SNS 활동과 인터뷰를 줄이고 블록체인 기술 연구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지한(吴忌寒)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기 제조사 비트메인(Bitmain) 공동창업자다. 지난 10월 다른 공동창업자 잔커퇀(詹克团)을 강제 퇴출시키며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올초 공동대표로 있던 우지한과 잔커퇀은 기업공개(IPO) 실패, 재정 손실 등을 책임지며 함께 사퇴했지만, 이후 잔커퇀이 경영에 개입하자 우지한이 이에 대해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지한은 잔커퇀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모든 직위를 해제한다는 이메일을 임직원 전체에게 발송, 공동창업자를 퇴출하고 경영권을 온전히 손에 넣어 비트메인의 상임이사와 대표직을 되찾았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좐커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우지한을 저격하며 “법적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빠르게 회사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세르게이 나자로프(Sergey Nazarov) 스마트컨트랙트닷컴(SmartContract.com) CEO이자 체인링크의 창립자다. 체인링크는 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가져올 때 발생하는 ‘오라클(Oracle)’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체인링크는 스마트컨트랙트를 데이터 피드, API, 은행계좌 등 현실 세계 데이터와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하도록 돕는 블록체인 미들웨어로 기술의 실사용 가능성을 크게 열었다. SWIFT와 함께 '스위프트 스마트 오라클' 기능을 개발하고,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스마트컨트랙트 기술업체로 소개되는 등 기존 금융계에서도 인정 받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룬 크리스텐슨(Rune Christensen)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 메이커다오(MakerDAO)의 창립자이다. 메이커다오는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다이(DAI)’와 담보 대출 수수료로 사용되는 ‘메이커토큰(MKR)’을 개발했다.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고 달러에 연동된 다이를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한다. 전 세계 탈중앙 금융(디파이·De-fi)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선두주자다. 이더리움 외에도 ERC-20토큰, 토큰화 자산 등으로 담보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의 높은 규제 문턱을 넘은 최초의 토큰공개 기업 블록스택 설립자 ‘무니브 알리’, 반대로 SEC와 정면 승부를 결심한 킥(Kik)의 CEO 테드 ‘리빙스턴’, 3대 암호화폐 스캠인 원코인의 핵심인물로 90년 징역형을 앞둔 '콘스탄틴 이그나토프', 2억 달러 상당의 콜드월렛과 프라이빗키를 홀로 보관하다 갑자기 사망한 암호화폐 거래소 '콰드리카CX'의 대표 ‘제럴드 코튼’, 라이트닝 토치 운동 주도자로 크레이그 라이트에 협박을 당했던 트위터 유저 ‘호들로넛(Hodlonaut)’ 등 다양한 인물들이 다사다난한 한 해를 장식했다.
무엇보다 2019년 암호화폐 산업은 실제 정치, 경제, 산업의 한 가운데서 반응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작년 가격급락으로 침체된 분위기에도 기술과 가치를 확신하며 시장 동력과 지지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암호화폐 산업에 격려와 새로운 힘을 더했다. 시장이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올 한 해 기초를 다진 암호화폐 산업이 2020년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전기를 열게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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