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물갈이 규제’에 따라 내년 이후 신임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외이사와 달리 감사위원 선임 때는 지배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룰’ 탓에 무더기 부결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2월 결산 상장사의 사외이사 임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6년 이상 한 회사의 사외이사를 재직하지 못하게 하는 연임제한 규제를 적용받게 될 718명의 사외이사(비금융회사) 가운데 317명이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강제 교체해야 하는 사외이사 가운데 44%가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다는 의미다.
감사위원은 사외이사 중 기업의 업무와 회계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내부통제를 관할하는 이사회의 핵심 직책이다. 현행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감사위원회 위원 중 3분의 2를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감사위원 선임은 다른 안건보다 의결 요건이 까다롭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참석률이 저조한 가운데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다 보니 무더기 부결 사태가 벌어진다. 올해 주총에서 감사위원(감사 포함) 선임이 불발된 상장사는 GS리테일 등 149곳에 달했다.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한 기업들에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업들은 주총의 의결 정족수 기준과 ‘3%룰’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주총 안건이 결의되려면 출석한 주주의 주식 수 절반 이상과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발행주식의 20% 이상이 참석하면 주총이 성립되고, 출석주식 수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이 결의되는 상법 개정안을 2017년 대표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같이 참석주식 수 과반으로만 결의 요건을 정한 권성동 한국당 의원안 역시 국회에 2년 동안 방치돼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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