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일본의 수출 규제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 양상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1210원 선을 뚫은 원·달러 환율 향방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원30전 오른(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215원30전으로 마감했다. 2016년 3월 9일(1216원20전) 후 3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200원을 돌파했다. 오전에 장중 1218원30전까지 치솟았지만 외환당국 관계자가 “급등이 시장원리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놓자 오후 들어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원·엔 환율은 28원97전 오른(원화 가치 하락) 100엔당 1147원92전을 기록했다.
환율시장이 요동친 것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위안화 가치 급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홍콩외환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1092위안까지 올랐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화 등 신흥국 통화를 팔고 달러와 엔화 등 안전자산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대내외 변수로 ‘오버슈팅(일시적 요인에 따른 과도한 상승)’ 구간에 진입한 만큼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 개입으로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 초반에서 등락을 보이다가 1180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달러당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출 기업들 표정은 밝았다. 가격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올라가면(원화 가치 하락) 한국 수출이 0.3~0.4%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국내 수출이 감소하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가전제품·의류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국내외 무역분쟁이 확산되면서 수출이 빠르게 줄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체감하는 원화 가치 하락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가족과 해외 여행객들은 환전 시점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각 은행 창구에는 유학생 가족들과 여행객을 중심으로 원·달러 환율 문의가 쇄도했다.
김익환/이선우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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