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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일 갈등 악화 일로..원화 '보이지 않는 힘' 작동중

입력: 2019- 07- 25- 오후 01:10
© Reuters.  (칼럼)-한-일 갈등 악화 일로..원화 '보이지 않는 힘' 작동중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7월25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정부가 굉장히 긴장감을 갖고 모니터링하며 대응해 왔고, (환율이)1150원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소망스러운 결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일산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다.

지난 5월 유독 원화가 가파른 속도로 절하폭을 키운 이후 진정된 흐름을 보인 데 대해 부총리가 무심코 한 발언이었겠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넘겨 듣지만은 않았다.

외환당국 수장이 특정 환율 레벨을 언급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당국이 바라는 레벨이 1150원대가 아니냐는 해석도 함께 곁들여졌다.

이달 들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는 연일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이에 대해 일본은 안보 차원의 조치라고 맞서는 등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환당국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홍 부총리의 이같은 환율 발언이 새삼 떠오른다.

▲ 보이지 않는 힘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지난 1일 1140원대였던 환율은 1주일 만에 1180원대로 속도감 있게 올랐다. 하지만 상승세는 일단락되며 그 이후 2주간 환율은 1180원대를 계속 노크하면서도 쉽게 발을 들여놓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에 대해 보이지 않는 힘이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지목되는 배후는 '외환당국'이다. 이달 초부터 당국은 시장 모니터링 수위를 높임과 동시에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원화 약세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당국 속내를 완벽하게 읽어낼 수는 없지만 일본 규제에 따른 불안이 원화에 그대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환율은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 보니 일본 수출 규제 불확실성에 노출된 원화가 나 홀로 절하 압력을 대거 키울 경우 어떤 해석이 뒤따를지는 대강 예측해볼 수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 5월의 환율 급변동으로부터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국내외 부정적 재료들이 여과 없이 환율에 반영될 때 원화 약세 변동성이 어떻게 확대되는지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예상보다 한발 앞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대해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외환당국의 행보도 읽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등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주요 변곡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원화가 먼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외환당국은 경계하는 듯하다.

외환당국자들에게 환율에 대해 질문하면 매번 똑같은 답이 돌아온다. 당국자들은 언제나 "적정 환율은 펀더멘털을 잘 반영하는 환율로 이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당국은 특정 레벨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지만 시장이 어떤 레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를 감안하지는 않을 수 없다고도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홍 부총리 발언을 볼 때 당국이 바라는 소망 환율(?)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원화가 절하 압력을 확대해 달러당 1200원을 위협하며 이런저런 우려가 뒤따르는 데 대한 부담은 적지 않은 듯하다.

한-일 양국의 치열한 대치 국면으로 볼 때 일본과 상황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이 이에 대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첨단소재, 전자, 통신 등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 스탠스를 읽어내며 일단 한발 물러서 있는 원화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본 게임이 시작된 이후에는 어떻게 돌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시장과 당국 모두 경계 태세를 높이는 이유다.

(편집 유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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