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신흥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의 실적 회복 가능성이 점쳐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27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노쇠한 부친을 대신해 지난 2년간 사우디 국정을 총괄했다. 사실상 차기 사우디 국왕인 셈이다.
전날 방한해 1박 2일 일정을 소화한 빈 살만 왕세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수 차례 회동을 가졌다.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뤄진 합동 간담회가 그것. 또한 같은날 오후 정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의 1:1 미팅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의 만남을 계기로 중동 지역이 현대차·기아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의존적인 사우디의 산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로봇, 친환경 자동차 등 신산업을 육성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방대한 원유 매장량에 의존하며 다른 산업 육성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에 해외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사우디는 이번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기간 우리 정부와 친환경차 기술협력, 자동차 부품개발, 수소차·연료전지·충전소 보급과 활용,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협력 등을 약속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갖춘 현대차 역시 사우디의 주요 협력 대상이다. 사우디는 수소전기 기반 승용차와 버스 등을 사우디 현지에 도입하고 보급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협력 범위가 수소전기차에 국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직 수소차 수요가 많지 않고 양산 규모도 제한적인 탓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949대의 수소차를 판매했다. 올해 생산도 6320대를 목표치로 잡았다. 26일 삼성그룹 승지원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의 돌발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현대차가 사우디와 협력해 중동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을 늘리고 영업·서비스망을 확충한 뒤 이를 수소차 인프라로 변환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양국간 협력 강화에 대해 "친환경 및 내연기관 자동차 등에서 우리기업의 중동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왕실이 소유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현대차와 수소에너지·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사우디 정부·기업과 협력을 통해 현대차의 중동 내 활동 기반을 확대하는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현대차는 미·중 시장 비중을 줄이며 인도,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신흥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중동 역시 주요 신흥 시장으로 분류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운전 허용되며 중동 내에서 차량 판매 확대가 가장 기대되는 지역이다.
다만 최근 판매 실적은 저조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중동 판매 실적은 2016년 35만5944대에 달했지만 2017년 28만5184대, 2018년 22만1134대 등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중동 판매 실적의 약 절반은 사우디에서 발생한다. 사우디 내 판매 증가가 중동에서의 실적을 결정하는 것. 현대차도 최근 운전이 허용된 여성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는 등 사우디 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여성의 자가 운전이 허용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내 판매 확대가 가장 기대되는 지역"이라며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차로서도 이번 왕세자 방한 기간 중동 신흥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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