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을 이어가던 중국 굴착기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굴착기 판매량이 15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한국 건설기계업계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판매 줄고…中 업체 시장 잠식
14일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굴착기 판매 대수는 1만6717대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달(1만7780대)과 비교해 5.9% 줄었다. 월별 기준 중국 굴착기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줄어든 것은 2018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등 한국 업체 부진이 두드러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달 중국 굴착기 판매량은 1088대에 그쳤다. 지난해 5월(1595대)보다 30%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내 굴착기 판매 대수는 20.9% 줄어든 640대였다.
올 1분기(1~3월)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4.5%, 7.7% 증가했다. 하지만 4월부터 판매 증가세가 둔화됐다. 전년 동월 대비 굴착기 판매 증가율이 5.3%로, 2016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건설시장이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강점을 보여온 중형 대신 중국 현지 업체들이 주로 판매하는 소형 굴착기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사니와 XCMG 등 중국 업체들의 지난달 굴착기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8.1% 늘었다. 한국(-28.1%) 일본(-23.2%) 유럽(-20.5%) 업체 굴착기 판매량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中 굴착기 역성장 대비해야
중국은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단일 국가로는 최대 시장이다. 2000년대 중후반 인프라 투자가 집중될 때는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1년 중국 굴착기 판매 대수는 16만9203대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탓에 2015년 5만 대까지 떨어졌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2017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시진핑 정부의 최대 인프라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광산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중국 굴착기 판매량은 18만4190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 성장세가 꺾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중국 굴착기 누적 판매 대수는 11만2343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8727대)보다 12.1% 늘었다. 과열 양상을 보였던 굴착기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시장 주도권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업체에서 중국 토종 업체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중국 굴착기 시장 역성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판매 대수보다는 현금 판매 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굴착기 현금 판매 비중은 90%에 달한다. 100% 현금 판매 비중도 37%에 이른다.
현대건설기계는 인도 공장을 증설하는 등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인도 공장 굴착기 생산 규모를 연 6000대에서 연 1만 대로 늘릴 예정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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