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미투(me too)’ 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것뿐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예술 작품 수준의 디자인’과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첨단 기술력’이다.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갤럭시 폴드), 냉난방·공기청정·제습·가습기를 하나로 합친 에어컨(LG 시그니처 에어컨) 등 ‘기존에 없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배경이다.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자신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소비자 목소리에서 시작되다
삼성 ‘더 세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철저히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그냥 넘어가는 작은 불편을 찾아내 편의를 개선하는 것이다. QLED TV의 ‘매직케이블’과 무풍에어컨이 대표적이다. TV와 주변 기기를 연결하는 복잡한 선이 인테리어를 해친다는 불만에 복잡한 선을 투명색 케이블 하나로 대체한 것. 더운 것은 싫지만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지속적으로 쐬는 것도 불편해하는 고객을 위해 미세한 구멍으로 바람을 내보내는 혁신 기술도 개발했다. 또 새로운 소비 세대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스마트폰 영상을 TV로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삼성전자는 화면이 세로형인 TV 신제품 ‘더 세로’를 출시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한 단계 높은 초프리미엄을 표방해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들의 모토는 ‘기술에 영감을 주는 예술, 예술을 완성하는 기술’이다. LG전자 시그니처
디자인을 먼저 결정하고, 이런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혁신 제품을 내놓는다.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방 안에 가전 제품을 두고 싶어 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가구형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도 선보였다. 냉장고와 가습 공기청정기를 최고급 원목 협탁처럼 디자인해 침대 머리맡에 둘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기술이 완성하는 프리미엄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로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첨단 주행보조 기능을 통해 차량의 품격을 올리고 있다. ‘G90’에는 신규 내비게이션 지도 및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다운로드받아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기능이 국산차 최초로 적용됐다. ‘지능형 차량 관리 서비스’ 기능은 차량 운행 중 기록되는 정보를 스스로 분석해 배터리와 브레이크 패드 관리를 돕는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90
기아차도 지난해 ‘더 K9’을 출시하며 고급 세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아차의 최고급 모델인 만큼 첨단 주행기술을 새롭게 적용했다. 곡선 구간을 인지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기능과 터널에 진입하면 알아서 창문을 닫고 공조 기능을 전환하는 터널 연동 제어 기능이 대표적이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좌우 사각지대 영상을 화면에 띄우는 ‘후측방 모니터’ 기능도 있다. 노면 특성에 따라 도로를 1024개로 세분화해 인식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제품군의 영역도 넓힌다. 제네시스는 올 하반기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GV80’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엔 G80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여 고급차 시장 판매량을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어 중형 SUV 및 고급 스포츠형 쿠페 모델 등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SK텔레콤 ‘누구 네모’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이 확산되며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기존 소리로만 들려주던 정보를 화면으로도 전달하는 디스플레이 탑재형 AI 스피커 ‘누구 네모(NUGU nemo)’를 출시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음악 감상 시 가사 확인 △실시간 환율정보 △증권정보 △운세 △지식백과 △사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했다. 인기 어린이용 콘텐츠 핑크퐁 놀이학습 5종을 무료로 제공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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