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 두 번째)가 26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주요 은행장과의 금융협의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0.3%)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데 대해 “현재 경제 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에 “기업투자에 활력을 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26일 서울 한은 본부에서 주요 은행장과 금융협의회를 열었다. 회의에는 허인 국민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박종복 SC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참석했다.
이 총재는 발언을 통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과 달리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 발표되는 등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며 “전반적인 대외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민간부문 활력이 저하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일단 하반기엔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큰 폭으로 떨어졌던 정부부문 성장 기여도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불확실성이 높기는 하지만 글로벌 경제 여건도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기 재정지출이나 대외여건 개선에 기대기보다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엔진인 기업투자에 실질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때”라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요인 중 하나가 기업 투자 부진이었던 만큼 기업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야 성장 흐름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은 당분간 가계부채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가계 대출 억제 노력이 계속되고 주택 거래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정책 당국과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과 자금사정 등을 면밀히 살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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