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갖춰야 할 덕목 1순위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과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전문성이 아닙니다. 국회 산자위원들은 왜 중기부 노조를 비롯해 20여곳의 기관과 단체가 일제히 박영선 후보 지지 성명을 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 중기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한 것을 지켜본 중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박영선 장관은 이날 오후 대전정부청사 3층 대회의실(204호)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국회 자유한국당이 박영선 장관 임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기업계는 박 장관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03.27 kilroy023@newspim.com |
이는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중기부 노동조합을 비롯해 20여곳이 박영선 장관의 임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영선 장관 지지 성명을 발표한 곳은 중기부 노조, 기술보증기금 노조, 여성경제인협회, 여성벤처협회,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중소벤처포럼, 한국유통물류학회, 유통물류프랜차이즈리더스포럼 등으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학계, 협회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중기업계의 기관과 단체들이 일제히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중기부 노조가 지지성명을 발표한 것과 관련, 중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 부처에 비해 목소리를 내지 못해온 중기부 임직원들의 좌절감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지난 2017년 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권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정부 부처로 승격됐다. 금융위원회에 있던 기술보증기금(기보)을 산하기관으로 편입했고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는 벤처와 창조경제 진흥 분야를 넘겨 받았다. 그렇지만 여기에 걸맞는 위상을 정립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기부는 업무 성격상 다른 부처와 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부처로부터 여전히 예전의 '중기청' 취급을 받고 있다"며 "중기부 임직원들이 다른 부처와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찬밥' 신세를 겪으면서 사기가 저하된 상태"라고 말했다. 중기부 노조가 5일 성명서에서 "박영선 후보자가 중기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가 지녀야 할 자긍심도 함께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4선 의원으로 여권에서도 중진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영선 장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중기부 위상을 강화할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 신보, KOTRA 편입해 중기부 위상 강화 나설 수도
박 장관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중기부 산하기관으로 편입시켜 업무 효율화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두 기관은 각각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다. 중기부가 신보를 편입하면 기존의 기금사업을 담당하는 기보와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힘 센 기관'인 금융위에 남기를 원하고 있는 신보를 어떻게 조율할지는 박 장관의 역량에 달려 있다.
또, 중기부가 KOTRA를 편입하면 기존의 해외시장 진출업무를 맡고 있는 중진공과 협업이 기대되고 있다. KOTRA와 중진공은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에 관련한 업무에서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최저임금 인상에는 유연한 입장
중기업계의 현안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박 장관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달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최저임금 보장은 시장의 수용성 등 경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는 뜻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기업계가 중기부에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된 사안이다.
중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불거지자 홍종학 당시 장관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을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다"며 "이후 중기부에 대한 아무런 기대감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다.
중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영선 장관이 기대에 부응해 산적한 중기 현안을 해결할 경우 차기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만큼 박 장관은 이제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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