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과 보험금은 1조4000억원이 넘는다. 예금은 총 1829만 계좌에 8246억원, 휴면보험금 잔액도 565만좌, 5764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가 금융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뉴스핌은 기자가 직접 잠자고 있는 돈을 직접 정보조회를 통해 되찾아보려 시도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허술한 틈이 곳곳에 있었다. 그래서 그 과정을 가감없이 전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결국 기자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잠자는 돈’ 수십만 원을 발견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원인을 살피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살펴봤다. 일단 소비자의 '금융 주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보완해 가야 한다는 점에서 관련 금융 유관기관들도 뜻을 같이했다.
[서민금융진흥원 휴면예금찾아줌 화면 캡쳐/류태준 기자] |
무엇보다도 '공급자 중심' 시스템이 문제였다. 소비자 편의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출연받은 주체, 이전과 해지를 해줘야 하는 금융 회사의 상황이 먼저 고려된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외에는 정립된 기준이 없고, 각자 주어진 권한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보완책이 되겠다는 취지지만 시너지보다는 비효율을 만드는 원인이 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 불편으로 귀결됐다. 대개 일반 고객들은 휴면계좌와 비활동성 계좌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그저 둘 다 '잠자는 돈'일 뿐이다. 그런데 어느 쪽에서는 없다고 했던 돈이 다른 쪽에서는 있다고 하니 황당한 것이다. 어느 은행의 예금은 인터넷으로 이전할 수 있지만 다른 금융회사의 돈은 직접 가야만 한다. 해지후 옮길 때도 어떤 경우에는 수수료가 부과되고, 또 다른 때에는 면제되기도 한다.
법적인 허점도 있다. 휴면예금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연 1개월 전에 원 권리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고객 전화번호가 달라져 연락이 닿지 않으면 금융회사나 진흥원 홈페이지 등에 출연 사실을 7일 이상 공시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법 제44조와 시행령은 '이러한 의무는 30만원 이상의 금액에만 적용된다'고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3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고객의 휴면예금 수십만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계좌 주인에게 연락할 필요가 없다는 면죄부를 준 셈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소액 계좌의 경우 통지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상 문제는 없지만 금융 소비자의 주권 차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고객 예금 보호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편의성이 먼저 고려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휴면계좌는 말 그대로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쓰지 않았으니 연락처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30만원 이상 금액이어도 통지를 전달받지 못하면 자체 홈페이지에 1주일 남짓 출연공시를 띄운다는 소리인데, 그걸 일일이 찾아서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원24 미환급급 찾기 서비스 화면 캡쳐/류태준 기자] |
다행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개선 의지는 있어 보였다. 금융결제원은 계좌정보통합관리 서비스를 시작한지 만 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계속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최초 목적이던 18개 은행의 휴면성 계좌조회를 넘어 해지와 이체까지 가능하게 하려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금융결제원은 농협을 비롯한 상호금융·서민금융권 7개 금융사의 비활동성 계좌도 올해 안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전·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잠자는 주식도 조회할 수 있게 개선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정기예금 등 다른 통장이 연계된 부분이나 수수료 부과에 대한 결정도 각 은행에 자율적으로 맡겨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므로 미비점 보완과 영역 확대 등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면예금조회를 지원하는 은행연합회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던 부분도 고쳐 올해 안에 크롬을 비롯한 모든 브라우저를 지원할 것"이라며 "각 은행별로 활동성 계좌와 휴면계좌를 둘 다 보유한 고객에게는 어플리케이션 알림이 뜨는 등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같은 오류는 특정 기관 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환급금을 찾아주는 정부 서비스도 오류가 잇따르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공통적인 체계와 실제 소비자 입장이 돼 고민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기관도 문제를 알고 금융사와 협력해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KB국민은행 스타뱅킹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쳐/류태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