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신라면 3세대’를 내놓는다. 신라면을 출시한 지 33년 만이다. 2세대는 2011년 출시한 신라면블랙이다.
신라면은 1986년 한국 최초로 매운맛을 표방하며 등장해 국내외에서 한국 대표 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12조원어치가 판매됐다. 라면시장 부동의 1위인 신라면 세 제품이 나오면 몇 년째 침체돼 있는 국내 라면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열량, 기존 신라면의 60%도 안 돼
농심은 튀기지 않고 말린 ‘건면(non-frying·乾麵)’으로 만든 ‘신라면건면’을 9일부터 판매한다고 7일 발표했다. 가격은 기존 신라면(830원)보다 높은 1000원으로 책정됐다.
신라면건면의 가장 큰 특징은 칼로리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열량은 봉지당 350㎉다. 1세대 신라면(606㎉)과 2세대 신라면블랙(545㎉)의 60% 안팎에 불과하다. 농심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칼로리를 낮춘 게 신라면 3세대의 가장 큰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2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신라면건면의 프로젝트명은 ‘신라면 Light’였다. 그만큼 건강 측면에 비중을 뒀다는 얘기다.
칼로리를 낮췄지만 맛은 더하는 데 주력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신라면의 국물맛을 내기 위해 스프를 새롭게 조정했다는 것이다. 표고버섯 함유량을 늘려 감칠맛을 높였고 기존 신라면엔 없던 조미유도 첨가했다. 조미유는 양파와 고추 등 야채를 볶아 만들었다.
기본, 프리미엄, 건강 등 라인업 확대
농심은 1986년 신라면을 내놓으며 국내 라면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출시 첫해 30억원에 불과했던 신라면 매출은 6년 뒤인 1992년엔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엔 신라면만 7200억원어치를 국내외에서 팔았다.
농심은 신라면 하나로는 버겁다고 판단, 2011년 2세대인 신라면블랙을 선보였다.
농심이 이런 상황에서 3세대 라면을 내놓는 것은 신라면의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기본라면 시장은 ‘신라면’, 프리미엄라면 시장은 ‘신라면블랙’에 이어 건강을 강조하는 라면 시장에 ‘신라면건면’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얘기다.
국내 라면시장 판도에도 영향
국내 1위 브랜드 신라면의 신제품 출시는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 동안 농심 신라면이 해외시장 개척에 치중하면서 국내에선 오뚜기의 진라면이 신라면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치고 올라온 것도 농심이 3세대 신라면을 내놓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신라면은 1991년 1위로 올라선 뒤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라면 시장의 회사 점유율은 농심이 53.3%로 2위인 오뚜기(26.9%)를 여유있게 제치고 있지만, 각각의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과 진라면만을 놓고 보면 15.5% 대 10.5%로 격차가 확 줄어들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1위 기업으로서 몇 년째 2조원 안팎에 걸려 있는 국내 라면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했다”며 “건강하면서도 맛을 갖춘 신라면건면이 전체 라면시장도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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