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재산 형성 촉진이 목적인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노동조합의 투쟁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매개로 경영참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인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7일 이사회에 제출했다. KB노협은 국민은행 노조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으로 구성됐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노동이사제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 ‘셀프 연임’과 ‘참호 구축’ 등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계 우리사주조합은 당초 주식 보유를 통해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고 재산 증식을 돕기 위한 ‘보상’ 개념에서 세워졌다.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이 우리사주조합 관리를 인사담당 부서에서 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KB금융과 우리은행은 2014년부터 직선제를 도입하고 선거를 통해 조합장을 뽑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직선제 도입 이후 노조 출신 인사들만 선거에 나오고 조합장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재산 증식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노동계 이슈를 제기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B노협은 2017년과 2018년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 우리사주조합원은 “노조부위원장이 사주조합장을 맡으면서 노조와 사주조합 간 ‘이해 충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주 조합원들 사이에선 지배구조 등 거대담론보다 사주 조합원의 재산 증식을 위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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